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② 박사, 인간을 파괴하는 지배자
암호화폐만 받는 비밀방 운영
맛보기방부터 150만원 고액방까지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 추종자 늘려
행동대원인 ‘직원’ 두고 피해자 겁박
자신 견제한 다른 방장 신상 털기도
한겨레 추적보도에 “해봐라” 자신감
입장료 150만원짜리 ‘최상위 등급방’ 운영 박사가 텔레그램에서 비밀방을 몇개나 운영하는지는 폐쇄적인 텔레그램 특성상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다만 박사가 직접 공지한 내용을 보면, 입장료를 받고 입장시킨 특별한 회원들에게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는 비밀방은 3개다. 텔레그램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입장료 60만원짜리 ‘고액후원자방’은 ‘양질의 자료를 주기적으로 관리해 수질이 유지되는 방’이란 소개가, 입장료 25만원짜리 ‘하드방’은 ‘한국형 스너프(살인과 같은 범죄나 자살하는 장면 등을 연출과 여과 없이 찍는 영상) 제작 및 공유방’이라는 소개가 붙어 있다. 무려 입장료가 150만원에 이르는 방도 있다. 이 방은 ‘최상위 등급방’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실시간 노예방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방’이라는 소개가 붙어 있다. 게다가 이 방은 텔레그램이 아닌 또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에 설치되어 있다. 이 메신저 프로그램은 미국에 서버를 둔 ‘위커’라는 것으로, 텔레그램과 달리 전화번호를 인증할 필요가 없어 익명성이 더 철저히 보장된다. 박사는 입장료를 받는 특별한 방 외에도 ‘맛보기방’ ‘게시판’ 등의 대화방을 여럿 운영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박사가 ‘노예’로 만든 피해 여성들을 이용해서 만든 자극적인 스토리가 공유된다. 박사는 이 공간에서 피해 여성들을 방송계 입사 지망생, 청소년, 가수 등이라고 꾸며내 소개하면서 구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캐릭터와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유료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이용자를 모집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한겨레>와 함께 박사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비밀방들을 검토한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박사의 ‘맛보기방’ 등을 점검한 뒤 “여성을 능멸과 멸시의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해 합리성을 부가하는 장치”라며 “박사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억눌리거나 위축되어 있는 자신과 달리 모두가 자기를 우월하게 봐주고 반응해주는 것에 큰 ‘인정욕구’를 느끼는 행동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비밀방의 지배자로 행동하는 온라인상의 박사와 실제 인물 박사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비밀방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유치하지만 몇천명이 있는 텔레그램 방의 방장이 되면 온라인에서 남자들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죠. 현실의 찌질함을 잊게 해주는 상상 속의 권력입니다.” _________
부하 ‘직원’ 거느리며 피해 여성들 ‘겁박’ 그 ‘상상 속의 권력’ 세계에서 박사는 부하들도 거느리고 있다. 먼저 박사와 함께 텔레그램 비밀방을 관리하는 서열이 나뉜 ‘관리자’들이 있다. ‘찐’ ‘느므’ ‘김승민’ ‘이기야’ ‘부따’ 등의 닉네임을 쓴다. 최근 부따가 다른 범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박사를 추종하는 이른바 ‘직원’들도 있다. 이들은 ‘구마적’ ‘용기’ ‘지킬박사 원경학’ 등의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박사는 이들이 오프라인 행동대원으로 활동한다고 주장한다. ‘노예’가 된 피해 여성이 도망가거나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면 실제 전화 등으로 협박을 하고, 박사를 위협하는 다른 텔레그램 비밀방 운영자들을 보복하는 존재로 활동하는 것이다. <한겨레>와 이야기를 나눈 피해 여성들이 가장 공포심을 드러낸 지점도 박사가 거느리고 있는 이 ‘직원’들의 존재였다. 박사가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타노스’로 떠오르게 된 건 그가 가진 아이티(IT)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비롯한다. 박사는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성착취물을 수익 모델로 만든 일종의 ‘개척자’로 알려졌다. 박사 이전에 몇몇 성착취물 대화방 개설자들이 성착취물을 공유한 대가로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받거나 현금 거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거래 방식은 흔적을 남기게 되고, 실제로 일부는 경찰에 적발됐다. 박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로만 유료방 입장료를 받는다고 공지하고, 이를 자신을 위한 ‘후원금’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박사의 해박한 지식도 결국 ‘허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텔레그램이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에 비해 보안이 더 우수하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텔레그램의 장벽은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것뿐인데, 이것도 극복 못 할 것은 아니다. 텔레그램 서버가 개발자의 모국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에 있어서 충분히 국제 공조 수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사를 추적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도 “국외에 서버가 있더라도 과거와 달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등 범죄 정도가 중한 문제에 있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사는 여전히 자신감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5일 아침 <한겨레>의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탐사보도가 공개된 뒤 다수의 텔레그램 비밀방 이용자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과 달리 박사는 “박사가 보호하는 박사 산하의 방을 기자 또는 경찰이 공격할 시 박사가 직접 대응하여 본때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수사와 상관없는 안전한 텔레라이프 박사 고액방에서 즐기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의 유료방 링크를 재차 홍보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박사의 이런 ‘허세’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피해 상담과 수사법률지원, 심리치료연계지원 등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화 : 02) 817-7959 이메일 : hotline@cyber-l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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