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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2 13:40 수정 : 2019.11.25 10:21

서울 망우동 해오름사우나에 붙어 있는 ‘비건 메뉴’표.

채식 메뉴, 특별한 식당 아니라 일상 속 공간으로 보편화
맛있는 채식의 종류 많아지고 채식 실천도 쉬워져
‘소수자 독특한 취향’ 여겨지던 시대 벗어나 적극 어필…기업들도 압박 느껴

서울 망우동 해오름사우나에 붙어 있는 ‘비건 메뉴’표.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해오름사우나 찜질방에서는 지난 3월부터 ‘비건 메뉴’를 팔고 있다. 비건(VEGAN)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고 오로지 채소와 과일만 먹는 ‘순수한 채식’을 일컫는데, 이 사우나에서는 콩나물밥, 비빔밥, 미역국 등 흔히 볼 수 있는 채식 메뉴 뿐만 아니라 조미료에 있는 고기 성분을 뺀 채식 라면, 채식 떡볶이 메뉴까지 구비되어 있다. 5년 전부터 이 사우나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김태형(38)씨는 “늘어나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유에 비건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도 비건인 김씨는 “채식하는 분들도 편하게 목욕하고 찜질하면서 비건이 아닌 고객과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비건 메뉴를 만들었다”며 “따로 계산하지는 않지만, (비건 메뉴) 매출이 꽤 된다”고 말했다.

소수의 특별한 식당 등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비건 채식 메뉴가 사우나 찜질방이나 편의점 등 일상 속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국내 채식 인구가 150만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도 채식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비건 등 채식 메뉴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씨유(CU)가 이달 초 채식주의 버거김밥, 도시락 등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고, 세븐일레븐도 콩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사용한 ‘버섯콩불고기김밥’과 ‘콩불고기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선 최근 김장철에 맞춰 ‘채식주의자 김치’까지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채식주의자 김치는 젓갈이나 해산물 육수 대신 채소 육수로 만든 김치를 일컫는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채식주의 김밥.

비건 등 채식 메뉴가 일상화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에 호응하는 반응도 뜨겁다. 19일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나의비거니즘일기’와 함께 200개가 넘는 편의점 비건 메뉴 인증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채식주의자들에게도 급할 때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기회가 생겼다”, “채식이 쉽고 맛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 대학생은 “양에 비해 가격은 꽤 되지만, 그래도 편의점에서 마음 놓고 비건식을 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습관>의 저자인 채소소믈리에 홍성란씨는 “맛이 없을 거라는 채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맛있는 채식의 종류가 많아졌고, 마트나 편의점, 카페에서도 충분히 채식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100살 시대로 건강을 더 생각하는 식문화 변화와 함께 환경과 생태계까지 더욱 생각하게 되면서 비건과 같은 채식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에는 소수자들이 취향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면서 정체성을 밝히는 게 어려웠다면, 이제는 자기 선택을 보여주고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긍정적인 면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하지만 단순히 소비 열풍으로만 얘기되는 게 아니라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나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관행이 더 중요하다”며 “아직은 전반적인 사회 변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애니멀피플]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텀블벅 펀딩 바로가기 : https://tumblbug.com/animalpeople_vegan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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