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바라 본 바르셀로나.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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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22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안에 있다. 내 옆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 희성이가 자고 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서로 일정이 맞을 때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만난다. 2년 동안 벌써 여덟 도시를 다녔고 바르셀로나는 우리의 아홉번째 방문 도시가 된다. 한국의 중저가 브랜드여 분발하자 우리가 2008년 새해를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맞기로 한 건 본래 약속했던 남미로 가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에서도 유명한 ‘자라’처럼 스페인이 캐주얼 강국이라는 점에도 구미가 당겼다. 사실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요즘 스페인의 중저가 상표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갭 등 자국의 중저가 브랜드가 휩쓸던 미국시장마저 스페인 상표에 밀린다고 한다. 스페인에는 브레드앤버터라는 무역쇼가 있다. 스페인 브랜드들과 유럽의 패션 브랜드들이 세일을 하는 곳인데 이런 큰 행사를 통해 스페인의 캐주얼 시장은 빠르게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실 스페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근 패션은 중저가 캐주얼이 강세다. 일본만 해도 유니클로라는 저가 브랜드로 세계를 흔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니클로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유감스러운 건 한국의 중저가 상표들이 유니클로나 갭의 침투로 말미암아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토박이 브랜드들은 정말 옷을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략적으로 힘을 합쳐 외국 쇼에 참가하거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내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특히 한국의 원단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들이 많아서 일본 쪽 브랜드들도 한국에서 원단을 가져간다는데 그런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건 정말이지 안타깝다. 아무튼, 지금 내가 당장 가야 할 곳은 스페인이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스페인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사흘밖에 없다. 출발이 좋은 건 아니었다. 뉴욕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하루를 그냥 허비했다. 전날과 똑같은 코트를 입고 공항에 무려 세 시간이나 먼저 와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사람은 전날보다 훨씬 많아서 마치 전쟁터의 피난 가는 모습이나 달동네에 단수가 돼서 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줄 선 모습이 떠올랐다. 줄은 무려 공항 밖까지 만들어지는 진풍경이 형성됐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인지 이민국과 항공사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불친절했다. 특히 여권을 툭 던져주는 데 기분이 몹시 상했다. 그러면서 왜 나만 기분이 나쁠까 하고 창구에 선 다른 여행자들을 보니 그들 역시 같은 푸대접을 받는데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는 눈치였다. 한국 사람들이 예절교육을 잘 받아서인 것 같다. 그들은 그게 잘못인지 모를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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