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0 09:19
수정 : 2019.10.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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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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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묵 영문 명칭 공모전’ 열려
생선 살 이용한 음식 어묵 세월 따라 이름도 달라져
한국전쟁 때 임시 수도였던 부산은 어묵의 고장
최근 베이커리 형태 매장 생기는 등 어묵은 변신 중
다른 지역 특별한 어묵도 눈여겨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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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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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해양수산부가 주관하고 한국수산회가 주최한 ‘어묵 영문 명칭 공모전’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해양수산부는 기존의 영문명인 ‘피시 케이크’(fish cake)를 대체할, 우리 어묵의 맛과 특성을 제대로 세계에 알릴 명칭 발굴을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최종 선정된 대상 수상작이 ‘eomuk’(어묵)으로 공표되자 주최 측 누리집엔 응모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응모요강 등에 적힌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전달’과는 맞지 않는 명칭이며 어묵의 로마자 표기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지도 않은 명칭에 상금 200만원을 지급해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고 질타한 이도 있었다. 총 응모작은 8886개. 응모자들의 노력이 헛수고 됐다는 게시 글이 줄을 이었다.
주최 측은 ‘어묵 발음을 차음하여 로마자로 표기한 응모가 500건이 넘는 등 높은 지지를 받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또한 어묵 식감과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문제 제기엔 ‘발음할 때 입 모양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참여자가 있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당선작 발표를 기다렸던 이는 응모자뿐만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참신한 이름이 나올까 기대하며 ESC 어묵 편을 준비한 기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발표가 나기 전, ‘영문’도 모른 채 어묵의 성지 부산으로 향했다. 종일 어묵을 따라다니다 스마트폰으로 당선작을 확인했다. “어묵”. 1초에 세 번쯤 빠르게 발음하면 조금 쫄깃해지는 것도 같았다.
‘생선의 살을 으깨어 소금 등을 넣고 반죽하여 익혀서 응고시킨 식품’인 어묵의 명칭은 시대마다 달랐다. 1876년 부산 개항 이후 들어온 일본 어묵은 ‘가마보코’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광복을 맞으면서 한글학회는 가마보코를 ‘생선묵’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어묵의 또 다른 이름으로 ‘고기떡’이 있다. 내장을 뺀 물고기를 통째로 갈아 반죽하고 찌거나 굽거나 튀긴 반찬을 가리키는 북한말로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당시 어묵은 임시 수도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의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다. 삼진식품을 비롯해 부산의 몇몇 어묵 제조업체가 고기떡을 상품명으로 쓰기도 했다. ‘어묵’이란 표현은 1967년께 서울수산물종합판매장 개장 관련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어묵이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김을 뽐내게 된 시점은 197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그 전까지 포장마차에서 흔히 접하던 안주는 가격이 저렴한 참새구이였다. 1970년, 정부가 ‘조수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분별한 참새 포획을 금지하면서 이를 대체할 먹거리로 어묵이 등장한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또한 부산 어묵의 유통을 도왔다. 1990년 무렵, 서울 번화가의 포장마차나 노점상들은 ‘부산오뎅’이라 쓴 아크릴 표지판을 걸고 일반 어묵에 견줘 비싼 값에 부산에서 공수한 어묵을 팔았다. 그만큼 부산지역에서 생산한 어묵은 인기가 높았다.
2014년부터 부산 어묵 가게 3세들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졌다. 어묵에 훈훈한 역사와 스토리를 덧입혔다. 고급화에도 앞장섰다. 삼진어묵을 시작으로 고래사, 환공어묵, 미도어묵, 영진어묵 등이 베이커리 형태로 변신했다. 어묵 매장에서 빵 고르듯 어묵을 골라 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어묵 크로켓, 어묵으로 만든 국수도 쉽게 맛보는 세상이 됐다. 부산의 부평 깡통시장 어묵 특화 거리에서 블루베리 어묵도 만났다. 카레 맛 어묵이 이제 대수롭지 않다면, 카레에 어묵을 넣는 이야기는 어떠신지? 이번 주 ESC는 어묵이 들어가는 부산 음식을 찾아가고, 부산 이외 지역의 명물 어묵도 소개한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참고문헌 <부산어묵사 : 부산어묵이야기>, <어묵따라 원조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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