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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20:31 수정 : 2019.07.10 23:11

지난 2일 밤 제주 용담 앞바다에 뜬 낚싯배 ‘피쉬헌터’에서 잡는 한치를 들고 있는 윤형중씨. 김명진 기자

커버스토리/바다낚시

두 남자의 제주 배낚시 체험기
3t 배에서 6개 루어 단 한치 주낙낚시
“별다른 기술 필요 없어···고패질만 자주”
숙박 가능 고급 낚싯배에선 한치 조리도 해줘

지난 2일 밤 제주 용담 앞바다에 뜬 낚싯배 ‘피쉬헌터’에서 잡는 한치를 들고 있는 윤형중씨. 김명진 기자
낚시 초보자인 윤형중씨는 이번 여름에 처음 낚싯줄을 잡았다. 경력은 3년밖에 안 되었지만, 1년 내내 낚싯배를 탄 송호균씨는 ‘프로 낚시꾼’ 대열에 진입하는 중이다. 같은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제주 이주민들이 한치 낚시 체험기를 보내왔다.

초보자 “물살과 입질 구별 어렵지만, 몸을 쓰니 머리 맑아”

사회인 야구 선수가 프로 무대에 투수로 나서서 삼진을 잡으면 이런 기분일까. 축구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의 기분일까. 첫 기억이 좋으면 점점 빠져든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미 두 번째 배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제주시 도두항에서 3t짜리 한치잡이 낚싯배 ‘피쉬헌터’에 탑승했다. 서귀포 출신의 이도운(37) 선장이 모는 배는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항구를 빠져나갔다. 10여분 만에 배가 자리를 잡은 뒤엔 선장의 낚시 강습이 시작됐다. 이 배에선 루어(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를 한 번에 여섯개 정도 내릴 수 있는 ‘주낙’ 방식으로 체험을 진행한다. 주낙은 한 줄에 하나의 미끼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낚시와 달리 한 줄에 여러 개의 루어를 달아 잡는다. 이 지역 전통적인 한치 조업방식이며, 지금도 어선에선 주낙으로 한치를 잡는다고 한다.

별다른 기술도 필요 없다. 추가 달린 낚싯줄에 매달린 루어를 하나씩 바다에 내던지고, 줄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는 ‘고패질’을 가끔 해주면 된다. 줄을 잡은 손에 느낌이 오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루어를 하나씩 건져 올리며 한치가 걸렸는지를 확인한다. 이 선장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줄이 엉키지 않도록 루어를 하나씩 던지세요. 고패질은 여기 먹을 게 있다고 한치를 유혹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피쉬헌터’ 이도운 선장이 지난 4일 낚싯줄에 학꽁치를 달면서 낚시 체험 준비하는 법을 시범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몇 차례 연습을 해봤다. 기대감에 부풀어선지 약간만 느낌이 와도 바로 줄을 끌어당겼다. 이 선장은 “원래 밝을 땐 안 올라온다”고 했다. 미리 힘 빼지 말라는 얘기였다. 어두워지자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됐다. 잡았나 싶어서 들어보면 여지없이 꽝이었다. 초심자가 물살이 당기는 느낌과 한치의 입질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조류가 세서 루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더 무거운 추를 달았다. 낚싯줄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일은 단순 반복 작업이다. 몸을 쓰니 머리가 맑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치가 내 루어를 콱 잡아당기는 우연을 상상했다. 고개를 들자 제주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낚시꾼들은 한치를 하나둘씩 건져 올렸다. 은근 경쟁심과 조바심이 발동했다.

전략을 바꿨다. 입질이 느껴지건 말건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줄을 끌어올렸다. 초심자로서 바다 앞에 겸손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이십여분 반복하자, 맨 아래에 있던 루어에 한치가 한 마리 걸려들었다. 초보자인 내가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한치는 진짜 먹이도 아닌 가짜 미끼를 붙들고 ‘찍’ 소리를 내며 물을 뿜었다. 물속에선 추진력이 되던 그 행위가 물 위에선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한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맛있게 먹어줄게. 명복은 빌었다.

송호균씨가 직접 뜬 한치회. 김명진 기자
전부터 한치를 즐겨 먹었다. 회도, 물회도, 회덮밥도 많이 먹어봤다. 그런데 배 위에서 갓 잡은 한치는 전과는 전혀 다른 맛을 선사했다. 이 선장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쓱 한치을 손질하더니 초장과 함께 회 한 접시를 장만해줬다. 흔히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수조에서 꺼낸 한치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이렇게 살살 입안에서 녹으면서도 단맛이 날 수 있을까. 믿기지 않는다고? 궁금하다면 한치 배낚시를 한번 체험해보면 어떨까. 체험낚시 비용은 야간(저녁 6시~밤 11시) 1인에 5만원이다. 예약 문의는 피쉬헌터호(010-3068-1880)를 포함해 제주시 전역에서 영업 중인 체험낚시 선박으로 하면 된다.

제주/윤형중 ‘낚시에 발을 들인 육아인’ yoon@lab2050.org

고급 낚시 ‘호텔’에서 잡은 한치 맛···약속된 손맛!

“꺅, 잡았어~!”

친구와 함께 여행차 제주를 찾은 손혜련(27)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낚시로 생명체를, 그것도 손맛과 입맛에서 최고로 친다는 제철 제주 한치를 막 낚아낸 참이었다. 손씨의 낚싯대 끝에 매달린 한치가 ‘찍’ 소리를 내며 물을 뿜어내자 손씨와 친구들은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바다 위에 호텔’을 내세우는 낚시 바지선 ‘아일랜드에프’. 멀리서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아일랜드에프는 매일 어군을 따라 이동하며 정박한다. 사진 송호균 제공
제주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 앞바다에 떠 있는 ‘아일랜드에프’는 전국 최초로 ‘바다 위의 호텔’임을 내세우고 있는 체험낚시 전용 1000t급 바지선이다. 바지선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성산항에서 전용선을 타고 약 7분 정도 이동하면 바지선에 도착하는데, 로비에는 현대적인 바와 레스토랑이 있고 깔끔하게 정돈된 15개 객실은 연인이나 가족 단위 투숙객을 위한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지난 4일 오후에 찾은 아일랜드에프에는 한여름 한치 낚시를 즐기려는 투숙객들이 적지 않았다. 본인 장비를 가져와도 되지만, 낚싯대와 채비(미끼와 바늘, 인조 미끼인 루어 등을 통칭하는 말)를 비롯해 모든 장비는 추가비용 없이 대여해 쓸 수 있다. 낮에는 지렁이 미끼를 달아 황놀래기나 용치놀래기·전갱이·볼락·우럭을 잡고, 4월부터 10월까지는 야간 한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어군을 따라 바지선이 이동하기 때문에 방파제나 갯바위보다 더 많은 고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아일랜드에프’의 갑판. 일광욕 의자가 여러 개 있다. 사진 송호균 제공
해가 지고 한치를 유인하기 위한 집어등을 켜자 집어(고기떼를 모으는 일) 효과를 함께 누리려는 작은 어선들이 바지선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한치 조업을 하는 어선들이었다. 낚싯대 끝에는 ‘에기’라고 부르는 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루어)가 달려 있었다. “가만히 에기를 바닥까지 내린 다음에 한 번씩 흔들어 주세요. 그리고 당기는 느낌이 있으면 그대로 끌어올리면 됩니다.” 초보자들을 도와주는 낚시 스태프들의 조언에 따라 투숙객들은 일제히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웠다.

잡은 한치는 직접 가져가거나, 업체에서 코인으로 바꾼 뒤 바지선 내 레스토랑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본인이 잡은 고기를 제공하고, 식당 할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직접 한치를 손질하고 조리하지 않아도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한치를, 편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 소개된 적이 있는 레스토랑 출신의 김민섭 셰프가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한치피 고기만두’나 회무침, 한치 튀김, 흑돼지 스테이크 등의 메뉴가 3만원대로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다. 그날그날 시세는 다르지만, 대략 한치 10마리를 잡아서 갖다 주면, 메인 메뉴 한 가지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한치 낚시에 자신이 없다면, 지렁이를 달고 작은 물고기들을 더 많이 잡아서 코인으로 바꿔도 된다. 모든 과정은 전문 스태프들이 도와준다.

‘아일랜드에프’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만든 한치 요리. 사진 마도로스 제공
초보자뿐 아니라 꾼들도 ‘약속된 손맛’을 찾아 바지선에 오른다. 낚시용품을 생산하는 업체 ‘뉴월드피싱’ 필드스태프이자 낚시전문 블로거(네이버 블로그 ‘유리멘탈지훈’)인 허지훈(42)씨는 매년 여름이면 가족들과 함께 이곳 아일랜드에프를 찾는다. 허씨의 6살 아들은 이 바지선에 ‘동동배’라는 애칭도 붙여줬다고 한다. 그는 “매년 아이스박스 가득 한치를 잡아간다. 가족들과 함께 머물기도 더 편하고, 함께 낚시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체험낚시 비용은 주간 2만5000원, 야간(한치)은 3만5000원이며 숙박비는 10만원(2인 기준)이다. 숙박객은 체험낚시 비용을 50% 할인해 준다.(문의/064-783-2220)

제주/송호균 ‘레저를 사랑하는 육아아빠’ gothrough@naver.com

바다낚시 바다에서 이뤄지는 낚시행위. 크게 지렁이나 새우 미끼 등을 바늘에 끼우는 일반적 낚시와 인조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낚시로 구분할 수 있다. 장소에 따라 갯바위 낚시, 방파제 낚시, 배낚시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계절에 따라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 갈치, 방어, 무늬오징어 등 다양한 생선잡이 낚시가 이뤄진다. 특히 한치는 6월부터 두달간 제주 연안 인근에서도 어획량이 많아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낚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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