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9 19:39
수정 : 2019.06.1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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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면을 벗고 그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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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회 맞은 송건호 대학사진상
노동 현장 촘촘히 다룬 사진 많아
평범한 아버지의 사진에서 우리 사회 모순 드러내
500여점 응모···해마다 늘고 있는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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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면을 벗고 그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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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송건호 대학사진상의 수상작 다섯 작품의 공통점은 인물을 두드러지게 찍었다는 것이다. 500여점이 넘는 작품이 응모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 때 사람의 얼굴만큼 강력한 이미지는 없다. 대상은 연세대 사회학과 이승우씨의 ‘가면을 벗고 그를 기억하다’가 받았고 최우수상은 국민대 영화과 정효재씨의 ‘뿌리’, 우수상은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강민석씨의 ‘엄마의 눈물’, 서울예술대 사진과 백승준씨의 ‘을지로의 장인’, 중부대 사진영상과 김근수씨의 ‘회색 노동자들’이 받았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희지씨의 ‘269명의 형법 269조 낙태죄 폐지’를 포함한 21점이 전시작으로 선정이 됐다. 수상작과 전시작은 7월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02-722-9969) 5층 4관에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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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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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등장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표정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대상 ‘가면을 벗고 그를 기억하다’가 대표적이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은 재벌가의 갑질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콘이다. 그가 들고 있는 사진은 노동자들의 벗이었던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얼굴을 담은 것이다.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염려해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했다가 가면을 벗어버린 박창진씨의 용기를 우리 사회는 기억한다. 그 가면이 있던 자리에 고 노 국회의원의 얼굴이 있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던 고 노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약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썼던 가면 같은 존재였다. 대상 사진에 대해 심사위원장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은 “내용으로나 형식적으로 완성도가 우수한 사진이다. 한국사회에서 상징적 인물인 박창진 지부장의 (실제) 얼굴과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전단지 속) 얼굴이 겹쳐진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울림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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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엄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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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을지로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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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자 이승우씨는 “지난해 5월부터 대한항공 직원연대 집회를 카메라에 담았다. 얼마 전 직원연대가 출범한 지 1주년이 됐다. 박창진 지부장님을 비롯한 직원연대 구성원들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정당한 권리를 얻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력하고 있다. 제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 직원연대가 올해는 목표를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들의 공통점인 얼굴은 유명인이 아닐 경우 아무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심사위원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우수상작으로 선정한 ‘뿌리’에 대해 “응모한 이의 할아버지를 찍은 극히 개인적인 사진 같지만, 지금의 우리가 결국 앞세대가 살아온 삶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사진이었다. 하얀 바탕에 흑백으로 주제를 부각한 감각도 좋고 풍파를 드러낸 질감도 좋다”고 평했다. 아버지 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라는 점과 젊은 세대가 과거 세대를 돌이켜보려 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 이정우 <한겨레21> 사진부장은 “응모작들엔 이 시대 청춘들의 번민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수상을 받은 ‘엄마의 눈물’은 홀로 일하다 참변을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을 담았는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희생된 청년의 죽음을 아프게 전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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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회색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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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자 특징은 노동 문제를 다룬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대상 ‘가면을 벗고 그를 기억하다’가 노동 환경에 대한 간접적인 접근이라면 우수상 ‘엄마의 눈물’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루고 있다. ‘을지로의 장인’은 재개발 논란이 있는 청계천 공구 상가를 지키고 있는 장인을 꾸밈없이 보여주면서 노동 현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또 다른 우수상 ‘회색 노동자들’은 가장 직접적으로 노동자의 현실을 앵글에 담았다. 김근수씨는 작품 설명을 통해 ‘최근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건설 노동시장이 불안정성, 비정규직 사태, 고령화와 인력부족에서 오는 사회문제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송건호 대학사진상은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비사진기자를 후원하고 사진기자가 되려는 이들의 등용문으로서 기회를 주려고 <한겨레>가 마련한 상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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