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1 04:59
수정 : 2019.08.0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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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5일 오전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 있는 청벽 모래톱에 어린이들과 엄마와 환경운동가와 기자가 둥그렇게 모여 누웠다. 공주에 사는 이상순(39)씨는 전날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냈다. 엄마와 함께 강변 모래톱에서 잠을 청한 안예담(11) 어린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금강물에 들어가봤어요. 재미있었어요”라며 웃었다. 오빠 안예준(13) 어린이는 “잘 때 바람소리, 새소리, 오리소리, 부엉이소리가 들렸다. 신기했다. 상쾌한 냄새가 났다.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맨 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예준 어린이, 김병기·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 양준혁 전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이상순씨, 안예담 어린이, 최예린 <한겨레> 기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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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강과 죽은 강 ㅣ(하) 4대강 부활을 위해
“자연 회복은 기술공학적 문제
정치적으로 푸는 것 적절치 않아”
“생활·사업 환경 굳어지기 전에
문제 확실하게 빨리 해결해야”
‘보 처리,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신설 물관리위에 떠넘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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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5일 오전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 있는 청벽 모래톱에 어린이들과 엄마와 환경운동가와 기자가 둥그렇게 모여 누웠다. 공주에 사는 이상순(39)씨는 전날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냈다. 엄마와 함께 강변 모래톱에서 잠을 청한 안예담(11) 어린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금강물에 들어가봤어요. 재미있었어요”라며 웃었다. 오빠 안예준(13) 어린이는 “잘 때 바람소리, 새소리, 오리소리, 부엉이소리가 들렸다. 신기했다. 상쾌한 냄새가 났다.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맨 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예준 어린이, 김병기·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 양준혁 전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이상순씨, 안예담 어린이, 최예린 <한겨레> 기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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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냐 철거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보 처리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등 3개 보를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자유한국당 진영 등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강의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해선 보 철거가 바람직하다’는 쪽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지은 구조물을 굳이 돈을 들여 다시 철거해야 하는가’라는 쪽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를 개방한 금강을 ‘4대강 재자연화의 모델’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4대강 보 철거에 대해 반발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세종·공주보를 완전히 개방한 뒤 생명이 돌아오고 있는 금강의 보 처리를 서둘러 재자연화를 이룬 강의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4대강 문제를 생태·환경적 문제로 접근해야지 정치공학적으로 풀어선 안 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4대강의 재자연화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보 처리 속도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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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부터 재자연화하자 금강과 영산강은 낙동강과 한강에 견줘 규모가 작은 편이다. 특히 금강은 낙동강보다 길이가 짧고 기울기가 있어 유속도 빠르다. 농사 등을 지을 때 금강의 물을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보 개방 뒤 실질적인 영향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금강을 통해 재자연화 모델부터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과)는 “실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보면 준설 전후의 하천 바닥 변형 정도가 금강이 제일 작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원상으로 돌아가기 쉽고, 재자연화 모델로 삼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동강 쪽은 4대강 보를 유지하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지역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금강의 보 처리부터 속도를 내 금강을 재자연화 모델로 제시한 뒤, 4대강 자연성 회복 논의를 다른 강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보 처리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도 “강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낙동강의 자연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권과 지역의 반대 등) 정치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4대강 사업을 할 때도 4대강 중 한 곳을 먼저 시범적으로 해서 효과가 있으면 나머지 강에도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4대강 복원도 금강이나 영산강을 대상으로 먼저 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이 4대강 사업 뒤 수질 및 생태 등의 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가 4대강 가운데 가장 많이 축적된 곳이란 점도 보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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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5일 합천창녕보 인근 낙동강(왼쪽)과 7월5일 충남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 청벽 인근 금강 모습(오른쪽).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상 6월25일 합천창녕보 상류 지점의 수온은 25.6℃, 유해남조류 수는 ㎖당 3만3235개였다. 반면 5일 공주보 상류 지점의 수온은 22.8℃, 유해남조류 수는 ㎖당 0개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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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처리 ‘속도전’ 대 ‘신중론’ 다수의 전문가는 4대강 보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는 “(보 철거를) 미룰수록 강 유역에 있는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 토지를 이용하거나 농사를 짓게 된다”며 “(생활이나 사업 환경이) 굳어지기 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게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도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60~70% 이상의 찬성을 받긴 힘들다. 정책 결정을 지연할수록 보 개방에 반대하는 사람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 공학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자연 회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들어선 각종 `친수시설’은 대표적 기득권 사례다. 대구 달성군은 2017년 낙동강변에 오토캠핑장과 수상레저센터로 이뤄진 ‘낙동강레포츠밸리’를 개장해 운영 중이다. 경북 상주시도 상주보와 낙단보 인근에 카누와 카약, 수상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센터를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보 개방으로 낙동강 수위가 내려가면 이 시설들의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선 보 개방·해체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전광석화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과 달리 강의 재자연화는 강 근처에 사는 유역민의 의견까지 수렴해 차근차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좌관 교수는 “기술공학적으로 보면 4대강을 이른 시일 안에 회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대규모 국책 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대안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4대강 사업과는 다르게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며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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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처리 공론화 어떻게 한편에서는 8월 출범할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한 보 처리 논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위원회에서는 4대강기획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보 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4대강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얽힌 복잡한 사안으로, 보 처리 방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고 신설 위원회에 넘기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 조직(4대강기획위)을 통해 모니터링을 해 결과를 냈으면 정부가 책임지고 방향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창근 교수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며 “(<한겨레>가 이번 기획에서 다룬) 금강과 낙동강을 비교해보면 뭐가 답인지 자연이 이미 설명을 해준 것 같다. 자연이 보여주는 것을 정책 결정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강은 아파도 아우성칠 수 없다. 본래 하천의 모습을 잃어 오염된 강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른바 ‘가짜 뉴스’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정욱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워낙 엉터리 뉴스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그런 것 선동하고 다닌다. 심지어 금강 보 같은 경우 지난해부터 완전히 개방했는데 보 개방이 됐는지도 모르고 ‘열면 안 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예린 박기용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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