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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1 04:59 수정 : 2019.06.03 14:21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 보고서 2부 요양원 비리 ②감시와 처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기동민 의원 인터뷰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한겨레>의 ‘대한민국 요양 보고서’를 읽으며 묻어뒀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의 할머니도 치매를 앓았다. 8~9년 전쯤 할머니가 머무는 요양병원을 찾은 기 의원은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곳은 ‘포로수용소’였다. 커다란 홀에 침대 수십 개가 아무렇게나 깔린 그곳에서 어르신들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슬픔과 분노를 경계 짓기 어려운 감정이 치밀었다고 했다.

그래도 형이 있어 다행이었다. 형과 형수는 한달에 한번씩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는 그런 형을 알아봤다. 서울에서 바쁜 날을 보내다 뒤늦게 할머니를 찾은 기 의원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저 둘째 손자 동민이에요. 동민이.” 할머니는 답했다. “누구요”

그렇게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할머니는 2012년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왜소한 모습으로 웅크린 채 임종을 맞았다. 그 기억을 7년 만에 <한겨레> 기사로 되새겼다는 기 의원을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장기요양제도와 인연이 많으신 것으로 안다.

“김근태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던 2004~2005년 복지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장기요양보험 도입을 추진했다. 그때 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도 자리 잡기 빠듯한데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주류였다. 하지만 김근태 장관이 현실에 계속 밀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결단을 내려 장기요양보험 논의가 시작됐다. 그렇게 2008년 제도가 도입됐다.”

―10년이 지났는데 아직 여러 문제가 보인다.

“스웨덴과 호주, 뉴질랜드 요양시설들을 가봤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웨덴이었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 행복했다. 표정에서 이 사람들이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엿보였다. 1명이 맡는 노인 수도 한국과 차이가 크다. 그곳에서는 거의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돌봤다. 어르신들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직 한국은 제도 시행이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 민간이 맡고 있고 국공립시설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요양, 보육 등 돌봄서비스의 공공인프라 확충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상 지역은 아직 전국에 4곳뿐이다. 여전히 장기요양의 토대와 틀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보도를 보고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많았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형이 전화를 걸어서 좋은 술 있으면 하나 가지고 내려오라고 했다. 한병 가지고 갔더니 형이 회를 한 접시 사서 같이 요양병원에 갔다. ‘할머니가 회도 드셔?’라고 물으니 형이 ‘할머니도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그때 새삼 깨달았다. 어르신들도 원하는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할머니가 웅크린 채 마지막을 맞이하신 모습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분들이다. 특별한 대우는 아니라도 아름답게 마지막을 맞이할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 그냥 어디에 모셔 두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년 여성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요양의 거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선의에 기대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최소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어르신들을 돌볼 여유도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요양기관 운영자들도 불만이 많다. 제도 도입 초기에 정부가 매년 투자금 대비 15%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해 요양기관 설립을 유도했다고 한다. 시설장이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고 들면, 어르신이나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운영자들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민간에서 나름의 헌신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속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요양기관에 적정 수익을 보장해야 아니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제대로 된 지원을 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하지만 불법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것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요양기관 감독에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할 정도로 강력한 단속을 한다. 한국도 요양기관 비리를 절반 넘게 적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22년부터 장기요양보험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나온다.

“복지 예산도 늘었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개혁 정부가 사회 근본 문제를 건드리고 있냐는 질문 앞에선 부끄러움과 책임감이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3년을 일했고 지난 1년동안 여당 간사를 맡았는데 ‘그동안 뭐가 달라졌나’라는 고민도 든다. 이제 복지 재원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열악한 현실에 가림막 친 채 못 본 척할 수 없다. 언론이 앞장서 문제를 제기해주고 정치권에서도 그 논의를 받아 안아 진지한 ‘공론’을 시작해야 한다. <한겨레> 기사에 나온 모습이 바로 20년, 30년 뒤 우리 모습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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