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1부 돌봄orz : ‘요양원에 갇힌 노인들’ 보도 이후
쓸쓸한 마지막 사연에 공감하고
남은 가족들의 현실적 고민까지
‘피할 수 없는 노후’ 관심 요구도
박혜자(가명) 할머니는 매일 기자를 손자며느리라고 부르며 자기 곁에 있어 달라고 졸랐다.
기자가 일했던 경기 부천 ㅇ요양원 입소자 27명 가운데 90%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기자와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5명 남짓이다. 대부분의 입소자가 요양원에 오게 된 사연과 그 가족 이야기를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부모를 요양원에 보낸 가족들의 먹먹한 이야기는 지난 13일 ‘돌봄orz ①요양원에 갇힌 노인들’ 보도 이후, 기자의 이메일과 누리집 댓글 등에 쏟아졌다.
“장모님이 급성 파킨슨병으로 요양원에 들어가간 지 1년이 조금 지났는데, 뵐 때마다 늘 ‘감옥’이겠구나 생각했거든요. 전신마비지만 언제나 밝고 총명하신 분이었는데, 이젠 요양원에서 죽음만 기다리시는 것 같아 슬퍼집니다. 더구나 요양보호사가 자주 바뀌고 때로는 특정 요양보호사를 두려워하셨던 것 같습니다. 딸들의 방문에도 예전 같은 미소를 이젠 거두신 것 같고요. 사정이 이런데도 1년 가까이 요양원에 장모님을 방치한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 제반 여건이 갖춰진다면 장모를 모시고 바다를 보여드리러 가고 싶네요.”
김우진(가명)씨는 기사를 읽고 1년 전 요양원에 입소한 장모를 떠올렸다고 한다.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가는 장모의 모습과 기사 속 노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쳤다고 한다. ‘중증 환자를 집에서 모실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김씨의 이메일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김씨 뿐만 아니었다. 요양원에 있는 부모는 자식들에게도 ‘깊은 아픔’이었다. 누리꾼 ‘mini****’는 “할머니가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계셨다. 잠깐 뵙고 왔을 땐 잘 짜인 시간표를 보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깊숙한 면모를 보고 할머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마음이 씁쓸하다”며 “삶의 마지막이 두렵거나 쓸쓸한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6년 가까이 모시면서 백혈병에 걸린 딸 아이는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먹고살기 바빠 일은 해야 하고 집에서 모실 수도 없고 (치매 부모 봉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이 둘 키웠는데 10명 키우는 것보다 힘들었다. 치매 노인 2년 모시고 나니 집도 사람도 엉망,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남은 가족들의 삶을 위해 부모를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보내야 했다는 사연들도 상당수였다. 누리꾼 ‘박멸’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독신 남자다. 요 며칠 화장실도 못 가셔서 기저귀를 하루 2개 갈았다. 어제 새벽에는 아들도 못 알아보더라”며 “형제들은 요양원에 모시자고 했지만, 제가 고집을 부려 모시고 있는데 많은 고민이 든다”고 적었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고 날마다 울었다는 글도 있었다. 누리꾼 ‘굄돌’은 “아기를 떼놓고 오는 것처럼 가슴이 아렸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머니를 뵈러 갔다.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어 가고, 과일도 사 가고. 함께 계시는 분들과 직원들 몫을 별도로 싸간 덕에 어머니가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다들 관심을 가져야 비참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려야 가지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누리꾼 ‘플라타너스’는 “부모님이 살아만 있지 스스로 먹지도 걷지도, 용변 처리도 못 하고 말도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다”며 “콧줄에 장갑까지 양손에 끼고 있어 가봐야 이야기를 하지도,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어 점점 요양원을 찾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많은 이들이 돌봄의 문제를 노인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누리꾼 ‘star****’는 “요양원은 피할 수 없는 노후다. 내가 가는 곳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일하는 곳이 될 수도 있다”고 했고, 누리꾼 ‘lavi****’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내 문제이고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요양원 문제를 정부와 우리 사회가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누리꾼 ‘sara****’는 “팔십대 몸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서 정독했다”며 “삶의 한 부분, 피할 수 없는 엔딩이 누군가는 서럽고, 누구에겐 인권조차 없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관련 영상] 뉴스룸 토크: 권지담 기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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