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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5 06:53 수정 : 2019.07.05 10:53

생후 1주일 된 새끼 고라니에게 수의사가 우유를 먹인 뒤 입을 닦고 있다.

섣부른 구조는 `납치'…우린 자연에서 살고 싶어요

생후 1주일 된 새끼 고라니에게 수의사가 우유를 먹인 뒤 입을 닦고 있다.
네 다리로 제대로 서기도 힘든 생후 1주일 된 새끼 고라니가 겨우 서서 수의사가 주는 우유를 받아먹고 있다. 이 새끼 고라니는 지난달 15일 경기도 용인 한국전력 지사 근처 조경 작업을 위해 풀숲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에게 발견되어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들어왔다. 센터의 김형석 수의사는 “어미 고라니들의 습성은 새끼들을 한곳에 모아서 돌보지 않고 한마리씩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서 키운다. 아마도 풀 제거 작업 때문에 어미는 멀리서 새끼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고 작업자들이 현장을 떠나면 새끼를 보살필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에는 이 새끼 고라니처럼 어미와 떨어진 채 발견된 뒤 옮겨져 어미와 생이별한 새끼들이 많다.

지난해 너무 어린 상태에서 들어온 이 너구리들은 야생의 습성을 배우지 못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센터의 너구리 형제도 어미와 생이별을 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5월10일 인천 서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생후 1주일 정도 된,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예비군들이 발견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지금은 발육 상태가 좋은 어른 너구리가 되었으나, 센터 사람들 손에 길러지다 보니 사냥 본능이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렸다.

라도경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은 “불필요한 어린 야생동물 구조는 납치와 다를 게 없다. 어미와 생이별이다. 작년 3월 센터 개관 뒤 현재까지 전체 구조된 야생동물 356마리 중 83마리(23.3%)는 어미를 잃은 채 미아 상태로 발견돼 센터로 옮겨졌다. 그러나 미아 상태로 들어온 새끼 중 절반 이상은 잘못된 구조로 어미와 생이별을 한 사례로 추정된다. 새끼들을 구조해야 할 상황과 그냥 놔둬야 할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새끼를 동정심으로 구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후 한달 된 새끼 족제비가 먹이를 먹으려고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람이 있어서 어미가 새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구조하는 대신 일단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 뒤에 어미가 없음을 확인하고 구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후 한달 된 어치가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라 센터장은 “위험에 처하거나 다친 야생동물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의 생태를 잘 몰라서 불필요하게 구조하는 경우도 많다. 잘못된 구조로 어미와 생이별하게 되는 야생동물이 없도록 주의를 조금 더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김봉규 선임기자편 영상

2019년 7월 5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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