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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24 20:43 수정 : 2011.08.26 11:26

세계 최대 빈민촌 중 하나인 케냐 나이로비 단도라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한 어린이가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느라 쓰레기를 뒤적이며 배회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 한복판에 어린이보다 더 큰 아프리카대머리황새가 서 있다. 이 새는 독이 있어 잡아먹을 수도 없다.

아프리카 대머리황새라고도 불리는 '마라부스톡' 수십 마리가 덤프사이트의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활보하고 있다.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다. 이들 주변에선 사람 크기의 아프리카대머리황새 수십마리가 쓰레기를 뒤적이고 있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침출수에 발이 빠진 한 방문자는 “지옥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겠다”며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터뜨렸다. 세계 최대의 빈민촌이 세 곳이나 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아프리카의 케냐. 그 수도 나이로비 서쪽 빈민거주지역 단도라 안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의 고로고초. 이곳 주민 중 상당수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단도라 지역 어린이들로 꾸려진 지라니합창단 어린이들이 미국 순회공연 때 선보일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2005년 선교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썩은 음식을 주워 먹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한국인 임태종 목사는 이듬해 단도라 어린이들로 이뤄진 지라니합창단을 창단했다. 아프리카 동부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란 뜻인 ‘지라니’는 절망 속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온 7명의 젊은이가 지휘, 반주, 행정 등으로 역할을 나눠, 교과목에 음악이 들어 있지 않아 ‘도레미파’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함께 노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나이로비 단도라초등학교 연습실에서 한국인 자원봉사자 신성문씨가 지라니 공연팀을 지휘하고 있다. 신씨는 반주자인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다.

지라니 합창단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초등학교 7학년인 자넷(14)은 고로고초의 한 판잣집 단칸방에서 동생 셋과 엄마, 이모 등 여섯 식구가 함께 산다. 이웃의 빨래를 해주는 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자넷의 엄마 위니(35)에게는 큰딸 자넷이 희망이다. 합창단원인 자넷 덕분에 가족이 먹을 우갈리(옥수수 가루를 뜨거운 물에 넣고 끓여 만든 케냐의 주식)를 지라니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넷은 현재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벌이고 있는 지라니합창단 공연팀 최종 선발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자넷 앞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공연 오디션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나라에서 공연할 ‘코리안드림’에 부풀어 있는 자넷은 “열심히 노래하고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싶어요. 그리고 단도라를 벗어나 카렌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촬영지인 카렌은 나이로비에서 치안이 가장 좋은 부촌이다.

나이로비(케냐)/글·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합창단 어린이들이 단도라초등학교에서 연습 도중 식사를 한 뒤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한 공간에 주방과 거실, 침실이 모두 있는 고로고초의 집에서 자넷(맨 오른쪽)이 엄마 위니(왼쪽 둘째), 세 동생, 이모(맨 왼쪽)와 앉아 있다.

올해 말 한국 공연에 참가할 꿈에 부풀어 있는 자넷(가운데)이 연습실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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