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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0 09:42 수정 : 2007.04.20 09:51

구족화가 박정씨가 19일 오후 충남 당진군 우강면 부장리 너른 들에서 해질녘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아내 임씨가 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박씨 곁에서 도울 일을 기다리고 있다. 당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마라도나처럼 공을 몰고 운동장을 주름잡았던 박정(34)씨. 1991년 경신고 2학년 때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 척추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운동은커녕 움직이기도 힘든 장애를 입었다. 현재 그는 지체장애 1급과 청각장애 5급이 겹친 중증장애인이다.

실의에 빠져 3년 동안 두문불출하던 그를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그림이었다. 우연히 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흉내를 내면서 마음의 안정을 맛봤다. 그날부터 그림에 매달렸다. 그는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95년 장애인 공모전을 통과했고, 2000년 국전에서 입상했다. 지금까지 일흔 차례 정도 전시회도 열었다. 2002년에 검정고시를 거쳐 대구대 조형 예술대학 회화과에 들어가 지난해 졸업했다. 2006년엔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에 뽑혔다.

96년 여덟살 연상인 임선숙(42)씨를 삶의 동반자로 맞았다. 임씨는 박씨에게 누나이자 스승이며, 작업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특급 도우미’다.

박씨는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구족화가회 창립 5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러 출국한다.

“나의 이런 행동이 누군가에게 기쁨과 희망을 줬으면 고맙겠습니다. 힘든 만큼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기 문을 열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깁니다. 찾으면 주저없이 다가서십시오.” 그가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남기는 격려의 말이다.

당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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