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캐온 봄나물로 좌판을 벌인 아낙네들이 12일 아침 강원도 정선5일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정선/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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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5일장
강원도 정선 장터는 더덕의 감미로운 향기로 가득했다. 아낙네들이 깊은 산속에서 봄나물을 캔 뒤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 서둘러 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12일 올해 첫 정선 5일장 열차가 많은 관광객들을 싣고 왔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소리 없이 내리더니 구름인지 안개인지 분간 할 수 없는 공기가 깊은 계곡을 내려와 장터를 휘어 감고 지나갔다. 팔 물건을 한 보따리씩 머리에 이고 자리를 편 아낙네들이 서로 눈을 마주하며 “그동안 편했소?” “잘 지냈소?”하고 안부를 물었다. 한쪽 귀퉁이에서 어른 주먹만한 보자기에 10여 가지 이름 모를 잡곡들을 펼치고 자리를 잡은 김덕순(71) 할머니에게 “할머니 무슨 콩을 밥 한 끼도 못해 먹을 만큼 갔고 나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이 양반아, 이것들은 곡식이 아니고 봄 들녘에 뿌릴 씨앗들이야”라며 상추, 근대, 시금치,아주까리, 열무, 도라지, 대파, 토종 오이, 애호박 등의 씨앗들의 이름을 불러줬다. 열차가 도착하자 장터에서 봄을 맞으려는 도시 사람들이 열차 객차에서 쏟아져나왔다. 오지로 이름난 정선 5일장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시멘트 숲 속에서 살 수 없는 ‘정’을 찾으려는 욕구가 엿보였다. 정선/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른 아침 정선5일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장을 보러 나선 주민들이 들녘에서 뜯어온 봄나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선/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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