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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8 04:59 수정 : 2019.04.08 07:26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③그들만의 부동산 공화국
김학용, 2005~07년 직불금 158만원 수령
김 의원 “잘못된 처신이었다”
유동수 의원 부인도 2008년 직불금 받아

농지 임대차 51.4%로 갈수록 증가
세금 감면 노려 ‘경작자 수령’ 막기도
직불금 연 1조5천억~1조8천억
농민들 “차라리 비료나 농약 줘라”

지난 3월14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 마을 전경. 사진 왼쪽 아래 갈대밭 옆으로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가 보인다. 갈대가 우거진 곳은 다른 외지인이 사들인 뒤 방치한 땅이다. 안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2월9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한 주택에서 트럭을 타고 논으로 나가려는 이아무개씨를 만났다. 그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소작농이다. 이씨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2008년 또는 2009년께부터 김 의원 소유의 논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2000년 논을 매입했지만 실제 농사는 이씨가 지었다. 김 의원 아버지도 초반에 농사를 지었지만 이후 노환으로 이씨가 전담하게 됐다. 김 의원은 2008년 직불금이 사회문제로 터지자 “공직을 떠나 있던 2005년에 ‘직불금을 명의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아버님의 권고에 따라 별생각 없이 직불금을 신청했다. 직불금 수령 당시 제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지 않았기에 제 명의로 직불금을 수령한 것은 잘못된 처신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2005~2007년 세차례 158만원을 수령한 쌀 직불금 허위 수령을 사과한 것이다. 당시 왜 직불금을 수령하지 않았는지 이씨에게 물었다. 지난 3월22일에도 이씨의 집 앞에서 그를 만났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업경영’ 목적으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 363-5번지 논을 2000년 3월28일 취득하면서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지법 59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취해질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농지법에 따라 공직 취임 등으로 소작농을 둘 수는 있지만, 의원 당선 이전에는 원칙상 농지 매입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농지취득자격증명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김 의원의 이름 등이 가려져 있다.
―왜 직불금을 받지 않으셨나요?

“김 의원이 의원 되기 전부터 이야기된 거죠. (김 의원) 아버님하고 이야기한 거라.”

―도지를 싸게 하고 직불금 안 받는 거로요?

“그렇지.”

―도지가 싸면 얼마나요?

“다른 곳은 200평에 한 가마. 여기는 1200평에 한 가마. 그런데 소출도 얼마 없고 힘들지. 그러니까 싼 측면도 있지.”

별다른 개발 이슈가 없는 안성시 공도읍 농지인데도 이씨는 “서울이나 다른 도시 외지인들이 거의 90%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 땅 크게 가진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문중 땅을 소유한 경우 아니면. 경기도는 다 그럴 거예요.”

―소작하시는 분들도 직불금 신청을 하면 받을 수 있는데 많이들 받지 못하세요.

“그렇죠. 원래 소작한 사람한테 줘야 하는 거죠. 그게 참 파고들기가 힘들어요. 그죠?”

이씨 옆에 서 있던 아내는 “(우리 땅 옆에 외지인이 사서) 갈대밭처럼 버려진 땅, 그런 걸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과거 공도읍 양기리 농지를 매입한 이유에 대해 “서른아홉살에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장이 됐는데 아버지께서 ‘명색이 네가 위원장인데 땅 한 평이 없어서 되겠냐. 싼 땅이 하나 나왔는데 네 앞으로 하겠으니 그렇게 알아라’라고 하셔서 갖게 된 땅이다. 서울 사람들이 투자하려고 땅을 사고 직불금을 착취하는 것은 문제인데 나는 그 케이스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 다남동 밭을 소유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정아무개씨도 2008년 한차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ㅎ병원 의사 정씨는 2004년 농지를 매입했다. 정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불금을 수령한 때는 직불금 파동이 터지던 시기다. 2008년 당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등 사회 각계 고위층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불금 파동으로 번졌다. 정부는 직불금 수령 자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이면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실경작자 확인 절차가 강화되자 그해 쌀 직불금 신청자는 88만4325명으로 전해보다 20% 감소했다.

가짜 농부들이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도록 수령 요건이 강화됐다고 해도, 소작농들의 실제 삶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자경’ 행세를 통해 양도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소작인은 직불금을 받지 않고 숨어 있어야 한다. 농지 소재지 반경 30㎞ 안에 거주하면서 8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연 소득 3700만원 이상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가짜 농부들은 ‘자경 행세’를 하며 소작농들이 직불금을 받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유 의원 아내 정씨가 2015년 다세대주택을 짓기 전까지 해당 논에서 일한 소작농 이아무개씨는 “땅주인들이 처음 농지를 매입할 때부터 내가 농사를 지었다. 그들은 전혀 농사를 지은 바가 없다. 직불금제가 개편됐어도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유 의원 아내의 농지 용도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농지법상 사인간 임대차가 가능해졌지만, 이씨의 경우 2004년 1월 농지 매입 초기부터 농사를 대신해 지은 것이다.

지난 1월8일 인천 계양구 다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다남동 일대에서 8000평의 농사를 투자자들을 대신해 짓는다”고 했다. 농기계 굉음을 듣다 보니 청력이 약해진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대개 땅주인들이 자기가 나중에 세금 적게 두들겨 맞으려고 ‘자경’하는 척해요. 땅주인이 소작농이랑 계약할 때 ‘자기가 짓는 거로 해다오’ 그렇게 하죠. 직불금은 저들이 다 먹어. 전부 다 편법이지. 차라리 직불금을 없애라, 난 그렇게 말해요. 정부가 몇조를 도와줬느니 신문에 나오잖아요. 그게 우리한테 오냐? 차라리 비료나 농약 그런 걸 사주라고. 그럼 시내 사람들이 우리를 줄 거 아니에요? 내가 다남동에서 300평, 400평, 1600평 등등 다 합쳐서 8000평 농사를 짓는데 직불금 받는 건 하나도 없어. 전국적으로 거의 다 그래요.”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쌀 직불금은 수령했으나 땅의 또 다른 공동 소유주에게 넘겨줬다. 그가 어떻게 그 돈을 처리했는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의 임차 농지 비율 추이를 보면, 2012년 47.8%에서 2017년 51.4%로 증가한다. 농지은행 등을 통해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은 농지 비율이다. 그러나 농지 소유자들의 자경 행세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계약 관계에 놓인 소작인과 임차 농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소작인 증가 추이는 통계청 수치보다 훨씬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은 낡은 종이에 인쇄된 문구일 뿐이다.

국토교통부 ‘개별 공시지가 상승률’을 지목별로 보면 2016~2018년 3년 연속 가장 땅값이 오른 지목은 ‘밭’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1549.4㎢)의 농지가 사라지면서 신도시, 산업단지, 고속도로 등으로 개발됐다. 대지보다 값은 싸지만 일단 개발이 되면 상승률은 높다.

“다남동은 90% 외지인 땅이라고 보면 되지. (1989년 김포에 속했을 때는) 여기가 땅 한 평에 2만7000원에 팔렸거든. 인천시가 되고 난 직후에 4개월 만에 4만5000원, 1년 만에 10만원이 됐어. 몇 곱으로 치솟은 거지. 지금은 평당 400만원쯤 하지.”

땅 소유자들이 불법 소작농에게 대리 농사를 짓게 하고 직불금마저 가로채는 상황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씨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 조사는 없는지 물었다. “조사? 그런 건 없어. 정부가 신도시 만들 때 농지를 수용하잖아. 정부에서 땅 매입할 때 소작인들한테도 3년간 농업 손실을 보상해주거든. 그것도 소작농이 받아갈 농업 손실금을 땅주인과 소작농이 반반씩 나눠.”

8000평 농사를 지으면 벼가 얼마나 수확되는지 물었다. “쌀이 120가마 나오겠네. 100가마라고 해봐야 2000만원이지. 기름값 빼고 기계 부치는 거 빼고 남는 게 뭐가 있어?” 정부가 한해 농가에 주는 직불금 규모는 1조5000억~1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인천 안성/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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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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