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아베 일본 총리가 격발한 ‘경제전쟁’으로 온 나라가 난리지만 그런 아베 총리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격발한 카슈미르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그런 모디 총리에게도 본받을 점이 있다. 물론 둘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탈냉전의 흐름을 타던 국제정세가 이제 완연히 21세기형 신냉전으로 퇴화하고 있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를 축으로 하는 ‘해양동맹’과 러시아-중국을 축으로 하는 ‘대륙동맹’의 대립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활성화’를 제시한 이후 2018년 미국의 국가국방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십 확대를 천명하며 동맹국들을 대중·대러 전선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의 인도-태평양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탤리즈먼 세이버 훈련, 퍼시픽 림 등 다국적 합동군사연습과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운용 및 통합화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이 2016년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전략 안정성’을 강화하기로 한 후 다면적 전략협력을 증대하고 있다. 중국 군함이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연합훈련을, 양국 해군이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를 ‘새 시대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및 신무기들을 무력화시킬 신무기를 개발하기도 하고, 서로 주고받고 있기도 하다. 이 와중에 아베 총리와 모디 총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며 ‘해양동맹’의 주축국 역할을 떠맡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며 교류와 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모순된 듯하지만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과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보다는 양쪽과 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둘 다 필요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둘 다 몸이 달게 만들면 자국의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제2차 집권한 아베 총리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했었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의 여파가 컸다.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아베 총리는 아예 인도-태평양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보다 앞서서 주창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단선적 외교안보에 묶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해 ‘일-중 관계의 신시대’를 열었다. 기업인 500명을 대동하고 가 180억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하고 300억달러 신용스와프에 합의했다. 지난 6월에는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를 ‘영원한 이웃나라’로 규정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내년 벚꽃이 필 때 시 주석을 국빈으로 일본에 초청해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고, “극히 좋은 아이디어”라는 시 주석의 화답을 끌어냈다. 모디 인도 총리도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다. 2014년 취임식에는 시진핑 주석 대신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반과 대만 무역대표를 초청했던 그였다. 이후 미국 및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및 일본과 삼각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전략의 첨단에 서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2018년에는 중국 우한에 가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의견 차이가 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만들었다. 지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미-일-인도 회담을 하는 동시에 중-러-인도 회담에도 참가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도 했고, 올해 말에는 시진핑 주석을 인도에 초청한다. 21세기에 ‘신냉전’이 등장한다면 이것은 복합적 현상이 될 것이다. 안보를 둔 긴장이 있을 수 있고 경제적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는 복합적 생산연결망으로 서로 얽혀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인간과 정보는 어느 국가도 자의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21세기 생존전략도 복합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디 총리와 아베 총리는 이 복합전략이 배타적 민족주의의 모습을 띨 때 나타날 위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는 회교도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카슈미르에서 4천여명이 구금되고 5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신우익 민족주의는 한국과의 역사전쟁을 초래했다. 한국은 배타적이 아닌 복합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인가.
칼럼 |
[서재정 칼럼] 아베와 모디에게 배운다 |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아베 일본 총리가 격발한 ‘경제전쟁’으로 온 나라가 난리지만 그런 아베 총리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격발한 카슈미르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그런 모디 총리에게도 본받을 점이 있다. 물론 둘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탈냉전의 흐름을 타던 국제정세가 이제 완연히 21세기형 신냉전으로 퇴화하고 있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를 축으로 하는 ‘해양동맹’과 러시아-중국을 축으로 하는 ‘대륙동맹’의 대립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활성화’를 제시한 이후 2018년 미국의 국가국방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십 확대를 천명하며 동맹국들을 대중·대러 전선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의 인도-태평양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탤리즈먼 세이버 훈련, 퍼시픽 림 등 다국적 합동군사연습과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운용 및 통합화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이 2016년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전략 안정성’을 강화하기로 한 후 다면적 전략협력을 증대하고 있다. 중국 군함이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연합훈련을, 양국 해군이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를 ‘새 시대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및 신무기들을 무력화시킬 신무기를 개발하기도 하고, 서로 주고받고 있기도 하다. 이 와중에 아베 총리와 모디 총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며 ‘해양동맹’의 주축국 역할을 떠맡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며 교류와 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모순된 듯하지만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과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보다는 양쪽과 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둘 다 필요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둘 다 몸이 달게 만들면 자국의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제2차 집권한 아베 총리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했었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의 여파가 컸다.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아베 총리는 아예 인도-태평양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보다 앞서서 주창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단선적 외교안보에 묶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해 ‘일-중 관계의 신시대’를 열었다. 기업인 500명을 대동하고 가 180억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하고 300억달러 신용스와프에 합의했다. 지난 6월에는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를 ‘영원한 이웃나라’로 규정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내년 벚꽃이 필 때 시 주석을 국빈으로 일본에 초청해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고, “극히 좋은 아이디어”라는 시 주석의 화답을 끌어냈다. 모디 인도 총리도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다. 2014년 취임식에는 시진핑 주석 대신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반과 대만 무역대표를 초청했던 그였다. 이후 미국 및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및 일본과 삼각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전략의 첨단에 서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2018년에는 중국 우한에 가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의견 차이가 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만들었다. 지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미-일-인도 회담을 하는 동시에 중-러-인도 회담에도 참가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도 했고, 올해 말에는 시진핑 주석을 인도에 초청한다. 21세기에 ‘신냉전’이 등장한다면 이것은 복합적 현상이 될 것이다. 안보를 둔 긴장이 있을 수 있고 경제적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는 복합적 생산연결망으로 서로 얽혀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인간과 정보는 어느 국가도 자의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21세기 생존전략도 복합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디 총리와 아베 총리는 이 복합전략이 배타적 민족주의의 모습을 띨 때 나타날 위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는 회교도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카슈미르에서 4천여명이 구금되고 5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신우익 민족주의는 한국과의 역사전쟁을 초래했다. 한국은 배타적이 아닌 복합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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