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2 17:16
수정 : 2019.06.13 13:35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안녕하세요, 저는 셀프 인테리어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요리, 먹방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면 흥미로운 광경이 교육장에 펼쳐진다. 전문가에 버금가는 취미 실력으로 무장한 크리에이터들이 동영상 밖으로 나와 수줍게 인사를 나눈다. 모바일 게임을 주특기로 삼는 크리에이터부터 일상, 토크, 먹방, 더 나아가 덕후들만 공감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덕질’ 카테고리까지. 다양한 재야의 고수들이 한데 모여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말 그대로 ‘덕업일치’한 자들의 모임이다.
소셜미디어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의 개수는 2920만개다. 한명의 크리에이터가 다수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한 채널에 여러명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니 전체 채널의 개수가 꼭 크리에이터의 숫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가지 명확한 사실이 있다. 바로 생태계의 형성이다.
덕업일치한 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터 생태계 안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크리에이터 간 네트워킹은 더욱 좋은 에너지와 생산력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의 취미를 응원하고, 취미가 직업이 된 자들의 고충을 서로 공유하며 연대감을 쌓는다. 크리에이터 생태계 속에서 서로는 동료이자 팬이자, 때론 선의의 경쟁자로 역할을 주고받는다.
다만 누구의 ‘덕(후)력’이 더 강한지가 크리에이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판가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말인즉슨, 얼마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동영상 콘텐츠라는 표현방식 속에 잘 녹여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해야 하는 기성 미디어의 연예인 문법은 딱히 통하지 않는 듯하다. 이 생태계 안에선 오히려 일반인이 일반인의 팬이 되는 문법이 통한다.
2년 전, 한창 신나는 대학 생활을 함께 보낸 동아리 동기 언니는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유튜브를 시작해볼까 해”라는 폭탄선언을 해왔다. 그보다 더 몇년 전 비슷한 말투로 “개그맨 준비를 해볼까 해”라는 말로 이미 주변을 놀랍게 했던 언니였다. 게다가 당시 지상파 개그맨 공채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무대’라는 꿈에 한발짝 나아가던 참이었다. 그는 스스로 더 넓은 무대를 찾겠다며 유튜브 항로를 선택했다.
그에게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지금도 한결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내가 가진 재밌는 이야기와 보여줄 것들이 너무 많은데 펼쳐낼 곳이 부족했다”고. 도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당시 내가 품었던 걱정과 우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지금 그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크리에이터가 됐다. 2년 전 카페에 앉아 있던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팬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성심껏 응하고 나서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는 좋아하는 것에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잘하기 위해 또 한번의 도전을 했겠구나 싶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잘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누군가는 전자를 직업으로 선택하기도, 누군가는 후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폭넓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튜브는 이 두가지를 모두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누군가는 반응했고, 유튜브는 그 결과에 비례하는 수익도 제시했다. 본인의 의지와 능력만 확고하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인 것이다.
유튜브는 오늘도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모집공고’ 중이다. 덕업일치의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덕후를 찾고, 플랫폼에 잘 녹여낼 사람을 찾는다. 유튜브는 이제 많은 시청자의 기대치가 담겨 있는 공간이자 콘텐츠를 담아내는 상자가 됐다.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로 내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가 시청자에게 구독의 기준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도 한번쯤 생각해보시기를 권한다. 누구보다 잘 풀어낼 수 있는 좋아하는 소재가 있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일단 한번 질러보자. 언제나 그랬듯,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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