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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5 16:17 수정 : 2019.05.15 19:17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아이돌 그룹에 도통 관심이 없던 나와 내 또래 친구들에게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한때 분석의 대상이었다. 원더걸스, 보아 등 국내에서 정상을 찍은 뒤 호기롭게 미국 진출을 선언했던 선배 가수들이 잇따라 좋지 못한 성과를 안고 돌아온 걸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우리들의 스타는 안 되었고, 다음 세대의 스타는 된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한류 열풍이라는 단어에 그다지 신뢰가 없는 세대였다. 싸이는 그저 싸이니까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랬기에 방탄소년단 신드롬을 두고 진지한 토론을 거듭했다.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배경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그리고 유튜브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이 있었다는 점은 예상치 못한 지점이었다. 인터넷 문화가 어떻게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글로벌 스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단 말인가. 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뉴미디어”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진짜 그랬다. 방탄소년단은 팬 문화의 메카로 불리는 트위터는 물론이고, 스스로를 콘텐츠화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가수의 소통 하나, 영상 하나가 얼마나 팬들에게 좋은 ‘떡밥’으로 작용하는지, 플랫폼은 얼마나 그것을 빠르게 유포하는지 알고 있는 그룹이었다.

뉴미디어 플랫폼이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이제 공통 상식이 됐다. 그런데 얼마 전 흥미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최근 대단한 기세로 방송을 마친 <티브이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탄생한 우승자 송가인씨다. 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기의 큰 지지 기반을 발생시켰다. 바로 유튜브다. 포털 사이트에 인기 검색어가 있듯, 유튜브에는 인기 동영상이 있는데 어느 순간 송가인씨가 이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축하 행사 공연은 인기 동영상 순위를 넘나들었고, 혹자는 유튜브 파워로 미스트롯 우승자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어린 친구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력이 중장년층 세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배경에는 중장년층의 유튜브 이용 확대가 있다. 더 이상 유튜브는 어린 친구들만의 플랫폼으로 남아 있지 않다. 어쩌면 그 주도권을 뺏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한 조사기관이 밝힌 유튜브 앱 이용 시간의 연령대별 분석 결과, 국내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전체 유튜브 사용 시간의 26% 수준으로 단 1년 만에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유튜브 생태계에 누구보다 빠르게 스며든 중장년층은 어느새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낼 만큼 급속도로 영향력 범주를 확대했다. 부모님 세대는 이제 카카오톡에서 출처를 모르는 정보성 텍스트를 보내기보다는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 공유 링크를 주고받는다.

이에 발맞춰 중장년층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도 재빠르다. 정치권 역시 빠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2020 총선을 겨냥해 차별화된 홍보 콘텐츠 생산을 위한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테스트를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열었다. 매일같이 갱신되는 유튜브 인기 동영상 목록의 채널들이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제목 이미지는 그들만의 경쟁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치열해질지를 보여준다.

유튜브 성공의 핵심은 ‘대리만족’이다. 청소년들이 그랬듯, 중장년층 또한 대리만족의 공간을 찾아 유튜브로 모여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 거리감 또한 시야에 걸린다. 이러한 거리감은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인기 동영상 순위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영상 목록을 살펴보다 보면 굳이 제목을 보여주지 않아도 타깃 시청자가 누구인지 알 법한 영상 이미지가 난무한다. 반면 어린 친구들의 콘텐츠는 결이 또 완전히 다르다. 친구처럼 지낼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다.

변화는 스며들듯 와야 한다. 사람들이 스낵형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 지 이제 겨우 5년 내외가 됐다. 모두가 온전히 한 공간에 모이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각자가 개인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하는 문화이듯, 모든 세대가 하나의 플랫폼 속에 공존하는 방법을 언젠가는 찾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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