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일본 아베 정권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하고, 심지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반대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진솔한 사과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규탄한다. 이들은 성명서 제목을 통해 아베 정권과 일본 국민에게 묻는다. “한국이 적인가?” 국가 간 적대관계는 세계사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 후 국가 간 갈등은 영토로 분리된 국민 간 대립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은 국민이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지배권력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국민은 이로 인한 갈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통치자들은 국민을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 부추기며 적대 의식을 갖도록 내몰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했다.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항상 잠재된 긴장 관계에 있었고, 때로 이의 폭발로 엄청난 불행을 겪기도 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적대성은 한국보다 일본 지배권력의 영토 확장 패권주의에 기인했다. 물론 한국이 적대관계의 심화 과정에서나 그 후에라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였다.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국민들은 지배집단의 야욕에 희생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민사회의 힘은 제대로 성숙될 수 없었다.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설명은 일관되지 않지만, 이유는 아주 뻔하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결집 수단으로 반한감정을 부추기려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이 조처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집권 공약인 헌법 개정은 당장 시행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 즉 일본이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 ‘전쟁가능 국가’가 되도록 현행 ‘평화’ 헌법의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아베 총리가 A급 전범으로 알려진 외조부의 성향을 이어받았다고 하지만, 한 국가의 정책 방향은 집권자 개인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집단적 근원을 가진다. 사실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조사(일본 <티비에스>(TBS))를 보면, ‘타당하다’는 응답이 58%로, ‘타당하지 않다’는 답변 24%보다 훨씬 많다. 아베 총리 임기 내 개헌 추진에 대한 여론조사(<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응답자의 52%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일본 국민의 적대적, 호전적 의식은 아베 정부를 움직이는 일본 우익의 최대 로비단체인 ‘일본회의’에 의해 자극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오키 오사무의 <일본회의의 정체>에 의하면, 이 집단의 ‘기본운동방침’은 천황제 존숭(국민주권 부정), 헌법 개정, 국방 충실(재무장), 애국 교육 등이다. 이 집단은 제국적 권력을 복원하기 위해 인접국들을 다시 전략적 적대관계로 몰고 가면서, 자국민의 의식을 바꾸어놓고자 한다. 이런 극우세력의 득세는 일본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관련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인 310만명, 아시아인 2천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전범 재판을 통해 책임을 통렬하게 묻기는커녕,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천황제를 전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 방조와 면죄는 극우세력의 부활과 이들에 의한 정치권력의 재장악으로 이어졌고, 인권과 평등,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을 가로막았다. 물론 시민사회의 미성숙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과 중국,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은 일본의 침략 전쟁이나 식민 지배를 공통으로 겪었고, 전후에는 다른 역사적 경로를 걸었지만, 각국의 시민사회는 지배집단의 권위적 통치에 맞설 민주적 힘을 기르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시민사회가 싸워야 할 적은 온갖 수단으로 국민을 동원·희생시키면서 패권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권위적 지배집단이라고 하겠다. 한-일 간 적대관계를 촉발한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와 동북아 국민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전쟁가능 국가’로의 전환 시도는 일본이나 한국 개별 국가에 한정된 문제라기보다 양국, 나아가 동북아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본토로 범죄인 송환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지지, 북한의 비핵화와 전체주의적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 등 각국의 시민사회를 상호 지원하고 동북아 지역의 민주화와 평화를 촉구하는 동북아 시민연대가 긴요하다.
칼럼 |
[최병두 칼럼] 한일 간 적대관계와 시민사회의 적 |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일본 아베 정권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하고, 심지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반대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진솔한 사과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규탄한다. 이들은 성명서 제목을 통해 아베 정권과 일본 국민에게 묻는다. “한국이 적인가?” 국가 간 적대관계는 세계사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 후 국가 간 갈등은 영토로 분리된 국민 간 대립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은 국민이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지배권력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국민은 이로 인한 갈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통치자들은 국민을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 부추기며 적대 의식을 갖도록 내몰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했다.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항상 잠재된 긴장 관계에 있었고, 때로 이의 폭발로 엄청난 불행을 겪기도 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적대성은 한국보다 일본 지배권력의 영토 확장 패권주의에 기인했다. 물론 한국이 적대관계의 심화 과정에서나 그 후에라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였다.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국민들은 지배집단의 야욕에 희생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민사회의 힘은 제대로 성숙될 수 없었다.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설명은 일관되지 않지만, 이유는 아주 뻔하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결집 수단으로 반한감정을 부추기려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이 조처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집권 공약인 헌법 개정은 당장 시행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 즉 일본이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 ‘전쟁가능 국가’가 되도록 현행 ‘평화’ 헌법의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아베 총리가 A급 전범으로 알려진 외조부의 성향을 이어받았다고 하지만, 한 국가의 정책 방향은 집권자 개인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집단적 근원을 가진다. 사실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조사(일본 <티비에스>(TBS))를 보면, ‘타당하다’는 응답이 58%로, ‘타당하지 않다’는 답변 24%보다 훨씬 많다. 아베 총리 임기 내 개헌 추진에 대한 여론조사(<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응답자의 52%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일본 국민의 적대적, 호전적 의식은 아베 정부를 움직이는 일본 우익의 최대 로비단체인 ‘일본회의’에 의해 자극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오키 오사무의 <일본회의의 정체>에 의하면, 이 집단의 ‘기본운동방침’은 천황제 존숭(국민주권 부정), 헌법 개정, 국방 충실(재무장), 애국 교육 등이다. 이 집단은 제국적 권력을 복원하기 위해 인접국들을 다시 전략적 적대관계로 몰고 가면서, 자국민의 의식을 바꾸어놓고자 한다. 이런 극우세력의 득세는 일본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관련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인 310만명, 아시아인 2천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전범 재판을 통해 책임을 통렬하게 묻기는커녕,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천황제를 전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 방조와 면죄는 극우세력의 부활과 이들에 의한 정치권력의 재장악으로 이어졌고, 인권과 평등,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을 가로막았다. 물론 시민사회의 미성숙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과 중국,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은 일본의 침략 전쟁이나 식민 지배를 공통으로 겪었고, 전후에는 다른 역사적 경로를 걸었지만, 각국의 시민사회는 지배집단의 권위적 통치에 맞설 민주적 힘을 기르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시민사회가 싸워야 할 적은 온갖 수단으로 국민을 동원·희생시키면서 패권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권위적 지배집단이라고 하겠다. 한-일 간 적대관계를 촉발한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와 동북아 국민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전쟁가능 국가’로의 전환 시도는 일본이나 한국 개별 국가에 한정된 문제라기보다 양국, 나아가 동북아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본토로 범죄인 송환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지지, 북한의 비핵화와 전체주의적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 등 각국의 시민사회를 상호 지원하고 동북아 지역의 민주화와 평화를 촉구하는 동북아 시민연대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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