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쇳말로 본 새터민 젊은이] ⑥ ‘휴대전화’
교체주기 겨우 1년6개월남한 대학생보다 더 짧아
사용요금 밀려 신용불량도 남한에 온 지 4년 된 새터민 박은결(22·가명)씨는 지금 쓰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몇 번째 것인지 모른다. 박씨는 “열번 이상 바꿨는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5달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두개는 여자친구가 부쉈고 두개는 잃어버렸다고 한다. 나머지는 친구에게 준 뒤 새로 사거나 그냥 바꿨다. 왜 그랬을까?
박씨도 중국을 거쳐 북한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끔씩 돈을 부친 뒤 전화통화를 한다. 중간 연락책이 두만강가에서 아버지를 만나 휴대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박씨는 “아버지랑 처음 통화할 때 평생 눈물 한 방울 보인 적 없는 그 분이 우시는 것 같았다”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중국 접경 지역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빈번해지자 북한 당국은 최근 ‘손전화 쓰다 적발되면 간첩죄로 처벌하겠다’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 초기 새터민은 돈 자체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보니 휴대전화를 마구 쓰다 요금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잦다. 박씨는 “(주변 새터민 가운데) 돈을 쓸 줄 모르니까 ‘그깟 돈이 얼마 되냐’며 일단 쓰고 보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씨 자신도 음악이나 게임 등을 내려받고 장난하다 요금이 30만원 이상 나온 적이 있다. 또 자신과 동료 새터민 명의로 마구 휴대전화를 개설해 쓰다보니 어느덧 신용불량자가 돼버렸다. 그는 “밀린 요금이 200만~300만원은 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종휘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symbio@hani.co.kr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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