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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4 14:16 수정 : 2007.03.05 15:35

[열쇳말로 본 새터민 젊은이] ⑥ ‘휴대전화’

교체주기 겨우 1년6개월
남한 대학생보다 더 짧아
사용요금 밀려 신용불량도

남한에 온 지 4년 된 새터민 박은결(22·가명)씨는 지금 쓰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몇 번째 것인지 모른다. 박씨는 “열번 이상 바꿨는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5달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두개는 여자친구가 부쉈고 두개는 잃어버렸다고 한다. 나머지는 친구에게 준 뒤 새로 사거나 그냥 바꿨다. 왜 그랬을까?

박씨는 “폼나게 살아야 하니까, 새 기종이 나오면 바꾸고 또 바꿨다”며 “현재 쓰는 게 6달째로 지금까지 제일 오래 쓰고 있는 셈인데, 어떻게 (안 바꾸고) 버텼는지 나도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일부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할 때 보이는 특징적인 현상의 하나가 ‘휴대전화 집착’이다. 박씨의 말처럼, 새터민들이 남한 사람들과 동등해지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 이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도구로 첨단 문명의 상징이기도 한 휴대전화에 집착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박은현씨가 올해 1월 낸 ‘새터민 대학생의 이동전화 이용과 남한 적응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남한 출신 대학생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19달인 데 비해, 새터민 대학생들은 18달로 더 짧았다. 하루 평균 이용량도 새터민 대학생들이 더 많았다.(그래프 참조)

새터민들에게 휴대전화가 중요한 또 한가지 이유. 휴대전화는 다른 새터민이나 새로 사귄 남한 친구들과 소통하는 든든한 끈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결해주는 ‘오작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씨도 중국을 거쳐 북한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끔씩 돈을 부친 뒤 전화통화를 한다. 중간 연락책이 두만강가에서 아버지를 만나 휴대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박씨는 “아버지랑 처음 통화할 때 평생 눈물 한 방울 보인 적 없는 그 분이 우시는 것 같았다”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중국 접경 지역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빈번해지자 북한 당국은 최근 ‘손전화 쓰다 적발되면 간첩죄로 처벌하겠다’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

초기 새터민은 돈 자체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보니 휴대전화를 마구 쓰다 요금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잦다. 박씨는 “(주변 새터민 가운데) 돈을 쓸 줄 모르니까 ‘그깟 돈이 얼마 되냐’며 일단 쓰고 보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씨 자신도 음악이나 게임 등을 내려받고 장난하다 요금이 30만원 이상 나온 적이 있다. 또 자신과 동료 새터민 명의로 마구 휴대전화를 개설해 쓰다보니 어느덧 신용불량자가 돼버렸다. 그는 “밀린 요금이 200만~300만원은 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종휘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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