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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 ‘국가나노기술산업화기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국가나노기술공정연구원’ 앞을 한 연구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국가는 나노기술 따라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산업화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고민이다. 톈진/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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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제2부 개혁개방에서 자주혁신으로
나노분야 디딤돌로 기술선진국 도약 꿈
나노기술로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로러는 “20세기엔 마이크로미터(㎛)를 중시한 국가들이 선진국이 됐고, 21세기에는 나노미터(㎚)를 중시하는 국가들이 앞서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온 ‘나노’는 1000만분의 1m~10억분의 1m 사이 크기의 물질세계를 재는 단위다. 분자나 원자 차원의 구조를 조작하는 나노기술은 이미 재료, 의학, 생명공학,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1년 1월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나노기술에 대한 국가적 육성방안을 담은 ‘국가나노기술계획(NNI)’을 발표할 즈음, 중국은 톈진에 ‘국가나노기술산업화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나노기술은 선진국 따라잡기에 안간힘 쓰고 있는 중국의 고민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미래 경쟁력 확보 위한 각국 격전장으로 인식
뒤늦은 투자에도 핵심 분야 논문수 세계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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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핵심분야 연구논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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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장비 투자 전폭 지원=지난달 22일 취재진은 어렵게 취재 허가를 받아내어 톈진 국가나노기술산업화기지를 방문했다. 20만㎡의 부지에 자리 잡은 ‘나노기지’ 안에는 2만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극소 분자와 씨름하고 있었다.
“1㎚의 분자를 탁구공만하다고 치면, 1㎜는 지구만한 크기입니다. 여기 있는 장비들은 나노 단위의 물질들을 분석 가공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웨이 부주임은 나노기술공정연구원의 연구동에 들어서자 나노기술의 역사와 특징을 빠른 말솜씨로 설명했다. 연구동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무조건 금지됐다. 그는 현미경실험실에서 30만배율의 전자현미경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연구자들은 마침 현미경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었다. 웨이 부주임은 최근 연구원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전기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계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탄소나노튜브 계기는 안정된 전압 공급이 필요한 정밀기기를 위한 것으로, 외부 입력 전압이 아무리 불안정해도 이 계기를 통과하면 일정한 전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연구동 내부에는 전자현미경 이외에도 분자 구조를 스캔해서 분석하는 다공능현미경(SPM), X-선 촬영을 통해 물질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전기분극분석기 등 모두 400여대의 장비들이 각 실험실을 채우고 있었다. 웨이 부주임은 “대부분의 장비는 독일 등 유럽에서 들여왔으며, 모두 1억5천만위안(약 195억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 분야에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나노 분야가 오늘날 응용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쉬정중 국가행정학원 교수(경제학)는 “현재 나노기술의 1년 시장 규모는 5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독일 과기부는 2010년 나노기술이 전세계 총생산(GNP) 가운데 1조4400억달러(약 1368조원)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쉬 교수는 “나노 분야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격전장”이라며, “지금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10년 뒤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압축 발전의 실험장=나노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된 2000년 이후 중국에는 톈진 이외에도 상하이, 광저우, 허난, 장시, 푸젠, 구이저우 등 각지에 나노기술산업화기지와 연구센터가 잇따라 들어섰다. 톈진에 이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의 경우도 최근 ‘상하이시 나노기술산업발전촉진센터’ 등이 설립됐다. 이곳도 매우 어렵게 취재 허가를 받아내어 19일 센터를 방문했으나, 연구실 내부는 전혀 들어갈 수 없었다.
중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나노 기술에 눈을 돌렸으나,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건 21세기 들어서다. 1999년 중국 정부는 나노기술 발전을 ‘국가 중점 기초연구 발전계획’ 가운데 하나로 정했다. 이어 2001년 과기부·국가계획위원회·중국과학원 등이 모여 ‘국가나노과학기술발전 강요(2001-2010)’를 제정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최근 중국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더사이언티스트>는 이 해 1~8월 발표된 과학기술논문색인(SCI) 통계에서 나노 핵심분야 관련 논문 수의 경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해 충격을 던졌다. 1995년 미국이 발표한 나노 핵심분야 관련 논문이 1034편일 때, 중국은 271편에 지나지 않았다. 10년 만에 중국은 미국과 선두 다툼에 나선 것이다. 쉬 교수는 중국이 “탄소나노튜브와 나노분자 관련 연구는 세계 3위 수준”이며, “나노기술 관련 특허신청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액수를 나노기술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의 ‘안간힘’이 충분히 느껴짐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쉬 교수는 “나노 관련 연구 인력의 80%가 나노재료 등 낮은 수준의 기술에 집중돼 있으며, 연구 역량이 주로 톈진-베이징 지구에 몰려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말한다. 전체 나노 연구개발비 가운데 기업의 투자액이 5%밖에 안 되는 것도 나노기술의 산업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나노기술은 중국 정부가 추구해온 ‘압축 발전’ 전략의 대표적 실험장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기술 후진국에서 21세기를 선도하는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SCI 통계수치는 중국의 이런 야심찬 계획이 몽상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톈진·상하이/특별취재반
“산업화 고려한 기술연구 중시”쉬젠중 국가나노기술공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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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젠중 국가나노기술공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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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경제기술개발구 안에 세워진 ‘국가 나노기술산업화기지’는 2000년 12월 나노기술 연구를 산업과 접목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이 기지 안에 국가나노기술공정연구원이 문을 열면서 ‘기지’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기지를 이끌고 있는 쉬젠중 원장을 지난달 22일 연구원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중국에서 나노기술은 새로 형성 중인 미래 산업”이라며 “갓 시작해 아직은 성과가 없지만 곧 세계를 놀라게 할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고 호언했다.
-나노기술산업화기지는 어떻게 성립됐나.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난카이대학, 중국과학원 등에 각각 있던 나노기술센터를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 결합은 아니다. 분산됐던 연구 역량을 국가 차원에서 결집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효율을 얻기 위한 것이다.
-막 문을 연 공정연구원은 기존 연구원과 어떻게 다른가.
=순수 연구를 중시하는 대학 실험실과 달리 우리는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중시한다. 시장화를 전제로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은 270여명인데, 절반은 연구인력이고 절반은 연구원과 자회사를 관리한다. 앞으로 ‘계획경제’ 방식과는 달리 연구원을 운영해나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이 곳 연구원들은 수준급이지만, 급여 등 대우는 아직 최상급이 아니다. 모든 게 구비돼 있으면 ‘투지’가 생겨나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기업체가 응용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아야 하고, 성과가 있으면 대우도 좋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연구원이 ‘산업화’를 먼저 고민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장 좋은 체제는 스스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원과 기업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연구자, 기업, 투자자가 서로 만날 수 있는 ‘다리’ 구실을 할 뿐이다. 연구원은 기업과 결합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연구 성과를 기업에 팔아도 된다. 기업이 우리 기지 안에 들어와 연구하는 것도 환영이다.
-연구 성과를 산업화한 성공 사례가 있나.
=아직은 초보적이다. 나노기술을 응용한 신약, 신재료 개발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연구원의 자회사에서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의료기기, 세라믹, 탄소나노튜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생물과학 분야나 광전 분야도 전망이 좋다. 구체적으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곧 세계가 놀랄 성과가 나올 것이다. 톈진/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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