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중국 톈진 빈하이신구에 있는 톈진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 앞 공원에서 한 노동자가 바닥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개발구는 1만평의 터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톈진/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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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제2부 개혁개방에서 자주혁신으로
세번째 ‘천지개벽’ 중국 심장을 열다
정치·금융 중심지 베이징과 보완환보하이경제권 본격개발 예고
후진타오 ‘과학적 발전관’ 모델 중국이 세 번째 개혁개방의 빗장을 열고 있다. 첫 번째 개혁개방은 홍콩을 마주보고 있는 작은 어촌 선전에서 시작됐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상하이 푸둥 지역의 ‘개벽’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푸둥 지역을 둘러본 뒤 “천지가 개벽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세 번째 개혁개방의 물결이 톈진의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다. 경제 중심지의 북상=개혁개방의 물결이 중국 남부인 선전에서 중부 상하이를 거쳐 북부 톈진까지 올라온 건 우연이 아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설계하면서 수도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 주강 삼각지 일대를 지목했다. 여기서 성공을 거두자 장쩌민은 좀더 북상해 중부 상하이를 활짝 열었다. 베이징의 턱밑인 톈진이 새로운 성장 기관차로 지목을 받은 건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개혁개방에 그만큼 자신감을 얻었다는 뜻이다. 톈진은 베이징과 가깝기 때문에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면이 적지 않다. 베이징은 정치·정보·과학기술·금융·문화의 중심지이며, 톈진은 항구와 드넓은 공장지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톈진과 환보하이(발해)만 경제권에 눈을 돌린 건, 그의 전임자인 덩샤오핑·장쩌민과 차별적인 경제개발 성과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한 덩샤오핑이나,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한 장쩌민과 달리, ‘과학적 발전관’을 내놓은 후 주석으로서는 선전이나 상하이와는 다른 발전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톈진을 중심으로 한 환보하이경제권의 개발 모델은 외자 의존형 성장 대신 중국 자본의 동원을 고무하고, 외국 기술 도입 대신 중국의 자주 창신을 격려하고 있다. 톈진에서 금융 개혁과 자주 창신이 강조되는 건 이 때문이다. 금융개혁의 시험장= 지금까지 중국 금융업의 중심지는 상하이와 선전이었다. 선전은 외국자본의 창구 구실에 그쳤고, 상하이는 미·영·독·프·일 등의 은행에 문호를 열어 푸둥지역을 국제 금융가로 성장시켰다. 현재 중국에서 증권거래소 또한 선전과 상하이 두 곳에만 있다. 톈진을 환보하이경제권의 중심지역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이 지역에 본부를 둔 금융자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에는 톈진에 본부를 둔 첫 상업은행인 보하이(발해)은행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보하이산업투자기금, 보하이증권 등 제2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개발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선전, 상하이에 이어 톈진에 제3의 증권거래소도 생겨날 전망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추진되고 있는 톈진의 금융시장 개방은 상하이보다 한 걸음 더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쉬정중 국가행정학원 교수(경제학)는 톈진에 제3의 국제 금융가를 조성하면서 ‘금융개혁’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전한다. 김범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장은 이 금융개혁이란 “인민폐와 달러화의 자유 태환 등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금융개혁이 실행될 경우 외자는 톈진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미 지난해 50억위안(약 6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보하이은행의 경우 1년만에 자본금이 140억위안(약 1조8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 지점장은 “중국의 국영은행은 대부분 부실 채권이 많기 때문에 외국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지만, 신규 설립 은행은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훨씬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자주적 기술 확보 안간힘=쉬 교수는 중국 당국이 톈진의 ‘빈하이신구’를 개발하면서 이곳을 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의 모델로 삼고자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톈진 빈하이신구는 ‘기술창신’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과 현실화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쉬 교수는 지금까지 첨단기술을 창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적지 않은 지원기관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지만, △밀도 없는 외연 발전만 추구해 집약도가 부족하고 △기업이 자주 창신의 주체로 형성되지 못했으며 △기술과 산업의 연관성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빈하이신구 안에 있는 톈진경제기술개발구(TEDA)의 양충하오 팀장은 개발구가 기업의 자주 창신 능력 배양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이 직접 자회사를 운영하도록 하거나 △고가품 연구설비를 갖출 수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연구기관의 설비를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등 모든 아이디어와 노력을 다 짜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구에서 만난 중국의 한 연구자는 “톈진이 상하이 푸둥처럼 ‘천지개벽’하는 날,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이 자본주의 쪽으로 한걸음 더 성큼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본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곳에 대형 국제 금융가가 조성되고 물류단지가 건설될 경우, 동북아 경제통상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톈진/특별취재반
중국 경제중심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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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동력 약해진 선전·상하이 땅값·인건비 급등해 경쟁력 약화
북한·베트남 등지로 이전 검토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기관차’들이 허덕이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경제성장의 기관차 노릇을 한 선전·광저우는 물론, 1990년대 번영의 중심이던 상하이 또한 최근 급등하는 부동산과 높아진 인건비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경쟁력이 약화된 이들 도시의 제조업체들은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싼 광시좡족자치구나 베트남, 북한 등지로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 중·서부의 경우 인건비는 싸지만 물류비용이 인건비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반면 광시좡족자치구의 경우 생산원가도 싸고 남쪽에 항구가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선전시다. 덩샤오핑 시대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시는 최근 높아진 부동산 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단순 임가공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과거 미 해군기지가 있었던 베트남 다낭에 공단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장만제 선전시 무역공업국 부국장은 “선전시는 베트남 다낭에 조립가공 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이미 국무원에 비준을 신청한 상태”라며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체들이 주로 이 도시로 이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시는 국무원의 비준을 받을 경우 올해 6월 2억위안(약 260억원)을 투자해 다낭에 가공 공단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반기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선전시가 투자를 결정할 경우 약 10만평의 토지를 공단 부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선전시는 이런 유형의 공단 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력, 공업용수 등 기초 설비를 갖추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방직업체 등 모두 100여개의 업체가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초기 개혁개방의 중심도시 구실을 했던 샤먼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샤오후이 샤먼시 과학기술국 과기협력처 부처장은 “대륙에 투자한 대만 기업들이 연구개발센터는 대만에 두고 생산공장만 샤먼에 짓기 때문에 선진기술의 도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주적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한 기존의 조립가공만 가지고는 이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샤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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