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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4 11:40 수정 : 2018.12.04 21:04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Weconomy | 궁금증톡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매년 공식 발표하는 북한 경제성장률 추청치를 놓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줄곧 10년째 “비현실적이고 믿기 어려운 통계”라며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0월15일 <한겨레> 칼럼에서 한은이 7월에 발표한 2017년 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전년대비 -3.5%·30조8823억원)에 대해 “한은의 추정치는 단순히 경제통계의 의미를 넘어 대북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북한의 국민총생산 추정도 경제추세 파악도 제대로 못하며, 북한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는 통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양과 국경도시들에 들어선 수많은 신축 건물과 급속하게 늘어난 각종 차량 등 북한경제 도처에서 목도하는 각종 풍경과 현상들은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 5년간 북한 부가가치 총생산액이 1.4%밖에 성장하지 않았다’는 한은 통계를 무색케 한다는 얘기다. 그는 2008년에도 당시에 한은이 발표한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외부에 간헐적으로 알려지거나 오직 비공식 ‘추계’될 뿐인 북한의 경제 실상을 온전히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북한 당국은 1992년~2004년까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려고 자국의 경제 기초통계를 간접적으로 외부에 제공했으나, 공식 발표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않고 있다. 유엔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북한 1인당 국민소득 추정치도 2011년의 경우 약 3배나 차이를 보이는 등 제각각이다. 한은 북한경제연구실 쪽은 “한은의 북한 소득 추정치는 1996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모든 기간에 걸쳐 유엔과 미 중앙정보국 통계의 중간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마다 서로 큰 차이가 나는 근본 원인은 통계작성에 사용한 가격과 환율기준이 다르고 ‘입수가능한 정보’에 원천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계하는 북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2017년 1295달러) 등 각종 지표는 ‘남한’의 각 산업별 물가·부가가치율·환율을 그대로 적용해 추정한 것이다. 북한의 각 상품 가격과 산업별 부가가치율을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지금의 북한 경제수준과 엇비슷했던 당시의 옛 남한 물가수준을 대입해 넣는 식이다. 한은의 추정 지표는 1991년부터 매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코트라(KOTRA),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에서 입수한 북한 산업별 생산량 등 기초자료를 이용하고, 남·북한 소득수준 비교를 위해 정부가 작성해오던 1990년 이전 통계를 이어받아 작성·공표된다. 특히, 예전에는 남한 가격을 기준으로 한 명목소득 추정치에 남한 환율을 적용한 뒤 달러화 표시로 전환해 발표했으나 2007년부터는 다른 빈곤국과 국제비교할 경우 발생하는 과대·과소평가 오해를 없애기 위해 남한 원화 기준을 적용·편제한 수치만 발표하고 있다.

한은은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에 대해 “대북정책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한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함으로써 남북한 경제력 비교가 용이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초부터 사실 남한의 경제력 우위를 보여주려는 목적을 내포한 추정 작업인데, 그런 목적이 아직도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도 “우리가 발표하는 북한 경제지표를 다른 나라와 직접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발표 자료에 각주로 달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대해 소비자 오용에 따른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미리 알리는 ‘면책조항’(disclaimer) 성격인 셈이다.

한은은 자체 발표하는 북한 경제지표 추정치가 실상에 어느 정도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김일성종합대학 연구논문에 간혹 들어있는 경제지표 관련 근거도 살펴보고, 탈북자들이 전하는 내용을 수집·종합하고, 국제기구에서 내놓는 북한 대외교역 자료들과 엮어보기도 한다”며 “북한 전역에서 연기를 내뿜고 가동중인 공장 굴뚝이 몇 개인지, 산업단지에서 화물트럭이 몇 대나 오가는지도 고려하지만 그 트럭 안에 물량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퍼즐 짜맞추기’식 추산의 곤란함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북한경제가 최근에 급속히 변화중인 건 분명하다. 북한이 대외 공표는 거의 않고 있지만 경제·산업 내부에서 구조·체질 개혁이 조용히 실행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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