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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5 18:07 수정 : 2018.10.25 22:29

1년여의 개발과 1년여 테스트 기간을 거쳐 탄생한 한국야쿠르트의 세계 최초 ‘움직이는 냉장고’ 코코는 단순한 유제품 배달과 냉장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깊은 고민과 배려를 담은 기술이다. 또한 설계와 개발과정에서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협력하고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2018
대상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 한국야쿠르트

전기차-통신-디지털 기술 합체
배달용 손수레, 첨단 카트 변신
냉장기능에 캐노피-라이트까지
협력사 성장 견인 시대가치 높여

1년여의 개발과 1년여 테스트 기간을 거쳐 탄생한 한국야쿠르트의 세계 최초 ‘움직이는 냉장고’ 코코는 단순한 유제품 배달과 냉장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깊은 고민과 배려를 담은 기술이다. 또한 설계와 개발과정에서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협력하고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2014년 12월, 한국야쿠르트가 오랜 마케팅과 영업수단인 배달 손수레에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해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Cold&Cool)’를 선보였다. 1971년 8월 서울 종로에서 등장한 뒤로 큰 변화없이 유지되어온 야쿠르트 아줌마의 손수레가 전기차, 통신, 디지털 등 다양한 기술을 한데 묶은, 세계 최초의 이동형 냉장카트로 변신한 순간이다. 전기충전식 운행과 냉장고 기능은 물론, 뜨거운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캐노피, 어두운 길거리 운행시 필요한 라이트까지 갖췄다.

편의점과 대형 마트가 즐비하고 온라인 쇼핑과 자동판매기가 일상화한 세상에서 판매원이 유제품을 수레에 담아 이동하면서 판매하는 모델이 성공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유제품 소비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이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방문 매출로 발생한다.

2012년 ‘야쿠르트 아줌마가 좀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한국야쿠르트 임직원, 야쿠르트 아줌마, 전동카트 제조업체, 냉장고 제조업체 등이 한팀을 이뤄 1년간의 개발과 1년간의 현장 테스트를 거쳐 완성했다. ‘코코’는 대당 가격이 약 800만원이지만, 야쿠트르 아주머니들은 월 4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갈수록 보급이 늘어 현재 9200여대가 보급되었다.

이용자 조사를 하면 87.8%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사용 이후 변화로 “제품 관리가 편해졌다”(37.9%), “체력 소모가 크게 줄었다”(22.5%)는 점을 꼽았다. 24시간 가동되는 냉장고는 따로 제품 관리를 할 필요를 없앴고, 무거운 수레를 끄는 대신 전동카트에 올라타고 더 먼 거리를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매출 증가로 나타났다. 코코 도입 이후 매출이 월평균 30만원 이상 증가했다는 답변이 전체의 33.9%, 50만원 이상 증가했다는 답도 10.8%로 나타났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다. 때문에 단순한 배달의 의미를 넘어 고객의 안부를 묻고 소통하는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 최근 한국야쿠르트는 국민연금공단·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국 75세 이상 홀몸노인 1천100명에게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윌'·'하루야채' 등 건강 음료를 주 5개씩 전달한다. 건강음료를 주며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고, 고독사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코코’의 개발로 배달 효율성을 높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개발과 테스트에 참여해 실제 사용자들의 필요가 높은 기능들이 추가됐다. 냉장고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220L 대용량 냉장고로 바뀌었고 방수 기능과 겨울철 동결 방지 방안이 추가되었다. 비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캐노피도 추가됐다. 또한 ‘코코’는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융합해 신제품으로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생모델이기도 하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개발과정에서 설계, 제작업체 등에 연구 개발비를 지원해 주요 개발기업은 300억원대의 매출 증가를 이뤘고, 약 10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뛰어난 기술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좀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사회적?산업적 가치를 높이며 대표적인 휴먼 테크놀로지 본보기가 되었다. 다리가 아파 일을 그만두려 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코코’를 이용하며 일을 이어갈 수 있게 됐고, 더 먼 곳까지 신선한 제품을 배달함에 따라 고객과 수입이 늘어났다.

어느 곳 보다 아날로그적 방법으로 고객을 만나왔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돋보이는 새로운 상생과 기술개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코코’ 개발은 국내 전기차 산업 확대의 촉매제가 되어 여러 외식업체들은 물론 우정사업본부까지 전기차와 배송로봇 도입을 결정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만들었다. 야야쿠르트 아줌마와 테크놀로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이제 많은 고객에게 감동과 편의를 제공하는 의미로 다가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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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018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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