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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7 16:02 수정 : 2007.07.28 13:01

26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항아리 물놀이장을 찾은 인근 유치원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부터 여름휴가 본격 시작, 어린이집 방학에 아이 맡길 곳 찾아 ‘발동동’

28일부터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맞벌이 부부 상당수는 이 기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들이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씩 교사들이 휴가를 가는 기간 동안 어린이집 문을 닫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내나 남편, 둘 중에 하나라도 어린이집 방학에 맞춰 휴가를 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한 부부들은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일하는 엄마’ 이아무개(33)씨는 올 여름 휴가날짜를 잡느라 애를 먹었다. 4살 된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오는 30일부터 일주일 동안 쉬기로 결정해 그 기간에 반드시 휴가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쪽에서 사전에 ‘교사들 휴가로 일주일간 문을 닫는다’며 협조를 구했지만, 나서서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7월 마지막주나 8월 첫주에 쉬는데,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이 기간에 휴가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 무더위가 이어지는 이 기간은 한국에서 여름휴가로 가장 선호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하고 직장인들의 휴가도 집중된다. 이 기간 상당수 직원이 동시에 휴가를 떠나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일터는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7~8월을 여름휴가기간으로 정하고 직원들끼리 휴가기간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간부급 직원들이 “애들 학원이 쉬는 때 맞춰 가야 한다”며 7월 마지막주, 8월 첫째주 ‘황금기’를 ‘선점’한다. 취학전 아이를 둔 상대적으로 젊은 사원들은 여름휴가 선택도 이들 ‘상사’에게 밀리기 마련이다. 맞벌이 부부인 경우 아내와 남편 양쪽에서 모두 직장의 ‘최성수기 휴가’ 경쟁에서 ‘성공’하기란 만만치 않다.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직장에서는 이 기간에 휴가를 쓰려는 직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까지 벌어진다.

이씨가 속한 팀에도 팀원 5명 중에 2명이 이 기간에 휴가를 쓰게 됐다. 1명씩 돌아가면서 휴가를 써야 나머지 팀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데, 어린이집 방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이 동시에 휴가를 가게 됐다.

직장에선 상사와 고참에 밀려 ‘황금기 휴가’ 힘들고, 어린이집은 ‘방학’

이씨는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면 좋을텐데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막막했다”며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휴가를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동료와 둘이 한꺼번에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최금숙(34)씨는 어린이집 방학 때문에 부부가 따로따로 휴가를 써야 하는 경우다. 최씨의 6살 난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23일부터 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씨는 학원 특성상 이 기간 휴가를 갈 수 없는데 어린이집 방학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결국 남편이 23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최씨 남편의 여름휴가 주목적은 어린이집 방학으로 인한 아이 돌보기다. 최씨는 “교사들이 적은 숫자도 아니고 7명씩이나 있는데 왜 한꺼번에 휴가를 내서 굳이 어린이집 문을 닫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가기간을 정해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쉬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휴가날짜를 잡는다. 김필순(30·경기도 수원)씨는 아들 강태윤(4)군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떠나 따로 방학을 하지 않는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어린이집 쪽도 사정은 있다. 보육뿐만 아니라 교육도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일부 교사들이 빠진 상태에서 운영을 하다보면,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얘기다. 직원들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가자면 여름휴가 성수기에 휴가를 내는 경우가 많게 되고, 보육교사들이 번갈아 휴가를 갈 수 있을 만큼 인원이 넉넉지 않은 소규모 어린이집은 ‘방학’외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최창한 한국보육시설연합회 회장은 “가능하면 어린이집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사정이 안 되는 시설에서는 사전에 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가장 합리적인 날짜를 정해서 방학을 하되, 방학 때도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일부 교사들이 출근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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