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30 17:23
수정 : 2018.10.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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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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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과 인천시교육지원청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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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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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대형 유치원·어린이집 95곳을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막대한 부당 이익을 취했고, 유통 기간이 지난 식재료들을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 어디에도 어느 기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중략) 국무조정실에서 감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에게 기관명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영업권은 중요하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사안을 가지고 법정까지 와서 소송해야 하는 것이, 부모로서, 상식적인 시민으로서 납득이 안됩니다. 대체 이 명단을 비공개했을 때 누가 이익을 보겠습니까?”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조정실과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비리 유치원과 비리 어린이집의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산하 177개 교육지원청에 ‘지난 3년간 실시한 정기감사·특별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명단’의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 결과,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전남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 등 28개 교육지원청만 감사 적발 기관명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정치하는엄마들은 비공개 처분한 149개 교육지원청 중 유치원·어린이집 사고가 끊이지 않은 인천교육청 산하 5개 교육지원청과 국무조정실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하기로 하고, 이날 행정법원에 소장을 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회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직접 목격한 유치원·어린이집의 각종 비리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언급하며, 유치원·어린이집의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비리 기관들의 명단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5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이자 단체 회원인 김신애(36)씨는 “지인의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반일반으로 등록된 아이를 종일반으로 등록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심지어 원장 자격증을 대여해 학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기관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에 답답하기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린이집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도, 종종 기관으로부터 아이를 빨리 하원 시켜달라는 부탁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고, 국민이 낸 세금이 지원비로 쓰인다“며 “수조 원을 쏟아가며 어린이집·유치원을 보내더라도 이러한 행위를 그대로 방치하면 세금은 세금대로 나가고 그 돈은 어린이집·유치원 원장에게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감사를 제대로 하고, 비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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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의 ‘비리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소장을 들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와 장하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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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자신의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신문 기사에서 본 비리 어린이집의 이름이 같아 불안감을 느꼈던 경험을 나눴다. 이씨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기사 속의 어린이집이 어느 어린이집인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정부에서 비리 유치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대로 된 감시와 처벌을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면,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개인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도 기자회견에서 소송의 취지의 대해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에서 비리 있는 기관을 조사한 목적은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그 목적을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를 비공개했을 때 불법 행위자 소수가 얻을 이익보다, 국민이 입을 불이익이 비교할 수도 없이 크기 때문에 ‘이익 형량의 원칙’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감사 적발된 유치원·어린이집의 명칭은 불법을 저지른 업체의 정보일 뿐 개인정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으로서 활동했던 장하나 공동대표는 “한유총·한어총의 막강한 조직력은 선거철에 위력을 발휘하는데 감사와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면서 기성 정치가 우리 엄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것을 보아왔다”며 “정치하는 엄마들과 같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려면 사회적 관심과 지지, 동참이 더욱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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