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30 12:05
수정 : 2018.10.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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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가 남학생이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최 대표는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기질과 성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들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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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최민준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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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가 남학생이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최 대표는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기질과 성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들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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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가 무겁네.” 7살 태규가 수줍은 듯 말했다. 태규 옆에 있던 이규빈 교사는 미소를 지었다. “무거워? 이렇게 해봐. 망치질은 위에서 아래로 세게 내려치는 거야. 옆으로 말고.”
망치질이 처음인 태규는 교사가 알려주는 대로 작은 판자에 못을 대고 고사리손으로 망치질을 시작했다. 처음에 작은 망치를 집어든 태규는 못박기에 실패했다. “큰 망치로 하면 잘 박힐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말에 선생님은 큰 망치를 건넸다. “그렇지~ 좋았어! 더 세게!” 선생님의 격려에 태규는 손에 힘을 주었다. “빵야~ 빵야~” 선생님은 추임새를 넣었다. 약간 비뚤어졌지만 드디어 판자에 못이 박혔다. “괜찮아. 조금 비뚤어져도 돼. 잘했어. 태규가 생각한 대로 계속 못을 박아서 구슬 트랙 만드는 거야.”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2동에 위치한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본원을 찾았다. 6~13살 남자아이들만을 대상으로 남자 교사들이 미술 교육을 한다는 이 교육기관의 수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남자들의 천국’인 만큼 시끌벅적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교사는 “반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뛰어놀 때 시끄럽던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조용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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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2동에 위치한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본원에서 남자 아이들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고 있다. 이 학원은 남자 선생님이 남아들만 미술 교육을 하는데, 색칠하기와 사람 그리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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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만 유별난 게 아니었다”
반마다 연령도 성향도 다른 1~4명의 아이가 옛날 거북이, 대포, 방패, 핀 볼 게임판, 카드상자, 용을 만들거나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칼, 글루건, 망치, 톱 같은 도구를 아이들이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 교사는 “위험한 도구라도 아이들의 근육 발달에 맞춰 단계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면서 아이들이 모험심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여아들이 없는 이곳을 편안하게 생각했다. 9살 김경무군은 “여자애들이 없으니까 좋아요. 만들기도 실컷 할 수 있어 좋아요. 전 그림 그리기는 싫어요”라고 말했다. 부모들도 여아들과 비교당하지 않고 남아의 기질과 성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집에서 쉽게 만질 수 없는 도구 사용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실 밖 쉼터에서 만난 학부모 김정옥(43·서울 은평구)씨는 “7살 아들이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기존 미술학원에서는 선 긋기나 그리기 등 획일화된 교육을 해서 서울에서 일산까지 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부모 이외에 제3의 남자 어른과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8살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양혜영(39·경기도 일산 주엽동)씨도 아들 특성을 살린 교육을 높게 평가했다. “아들이 활동적이에요. 5살 때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분쟁도 할 정도였죠. 그때 저는 ‘얘 왜 이러지? 내가 잘못 키웠나?’라고 생각하면서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아들의 특성도 이해하게 됐지요. (아들 교육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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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본원에서 대포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과 상의하고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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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머님들과 엄청나게 싸워”
양씨처럼 아들을 키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유아나 초등학생 시기에 남아보다 언어 발달이 1.5살 정도 더 빠른 여아들과 아들을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런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7년 전 남아 전문 미술 교육을 시작한 사람이 최민준(33)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다. 이제 그는 전국 21개 지점이 있는 미술 교육기관 대표이자, 남아 부모들이 신뢰하는 자녀 교육 멘토가 됐다. 최근 그는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여자는 없다
학생도 선생님도 남자만이다
딱 두 가지는 안 한다
색칠하기와 사람 그리기
칼, 글루건, 망치, 톱…
뚝딱뚝딱, 비뚤어져도 괜찮다
남아의 기질과 성향 있는 그대로 존중
다양한 도구로 모험심도 기르게
여자애들이 없어서 좋단다
만들기도 실컷 하고
“할미꽃으로 태어난 아이를
장미꽃으로 만들려는 교육 그만”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최 대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방문 미술업체에 취직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부모들이 여자 선생님을 선호한다는 이유였다. 용돈을 벌기 위해 동생 친구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다 ‘남아 전문 미술 교육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남아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수업도 하고, 관련 논문과 책을 뒤져가며 연구도 했다. 또 남아들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2011년 일산에 아예 남아 전문 미술학원을 차렸다. 남아에게 미술 교육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정했다. 색칠하기와 사람 그리기가 그것이다.
“남아들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괴물이 코딱지를 날린다거나 미사일이 날아간다거나 로봇, 로켓, 자동차 등을 그리죠. 보통 어른들이 아동 미술이라고 기대하는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특히 남아들은 사람보다는 사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요. 색깔도 따뜻한 색보다 똥색이나 파란색, 검은색 계열을 잘 쓰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무조건 자신이 기대하는 그림을 그리길 원해요. 그런 어머님들과 초기에 엄청나게 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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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의 기질과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교육시킨다는 남아전문미술학원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본원 입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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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권리 있다”
최 대표는 아동 미술의 목적은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래 갖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자기의 마음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철학을 기반으로 그는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미술 교육을 하고 싶다면 “그림을 망치는 법부터 먼저 가르치라”고 권한다. 부모가 아이 옆에서 마음껏 그림을 망쳐도 괜찮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면, 아이는 그때부터 마음의 부담을 덜고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7년 동안 남아들에 대해 연구했지만, 그는 남아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기질과 성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산만하던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집중력이 높아지기도 했고, 틱 증세가 호전된 아이들도 있었다. 최 대표는 학교 성적을 위한 미술 교육,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미술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내성적인데 바꿔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부모님들을 만나면 황당합니다. 변화시키지 않는 게 아이에게 가장 행복감을 주는 것인데, 미술 교육으로 아이를 바꾸려 하다니요. 할미꽃으로 태어난 아이를 장미꽃으로 만들려는 교육 더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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