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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7 20:44 수정 : 2018.09.04 17:38

‘붙이는 멀미약’ 7살 이하엔 금물…환각 등 부작용도
영유아·임신부도 절대 안돼
12살 이하엔 꼭 어린이용을
패치제 붙인 부위와 손 씻고
감기약 등과 함께 사용 금지

대구에 사는 송은교(가명·59)씨는 3주 전 친구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전남 여수로 나들이를 갔다. 송씨는 오전 8시에 멀미약을 귀 뒤에 붙이고 오전 9시에 출발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송씨는 갑자기 ‘설거지를 하겠다’는 둥 횡설수설했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그를 친구들은 집으로 보냈고, 다음날 가족들은 송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병원에서는 좀더 큰 병원에 가라고 권했다. 큰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송씨 딸은 우연히 송씨 귀 뒤에 붙여진 멀미약을 발견하고 뗐다. 송씨는 “속이 울렁울렁하다”고 말했고 동공도 확장돼 있었다. 종합병원에서는 송씨 얘기를 듣더니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각종 검사를 했다. 병원비는 180만원이 나왔다. 검사 결과 송씨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송씨 딸 김소라(가명)씨는 “검사 결과를 듣고 혹시나 해서 의사에게 멀미약 얘기를 꺼냈더니 의사가 ‘왜 이제야 그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며 “패치형 멀미약 부작용 중에 환각, 어지럼 증상이 있다고 의사가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엄마의 이상 증세는 3일 반 정도 지속됐다”며 “편리하고 간편해 많은 사람들이 멀미약을 붙이는데, 약국에서 부작용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줬으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는 김주은(가명·51)씨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갔을 때의 일이다. 평소 수업시간에 얌전하고 말수가 없던 송이가 갑자기 김씨에게 다가와 “선생님, 바닥이 푹신푹신해요”라고 말했다. 송이는 밥을 먹다가 중간에 어디론가 달아나는가 하면 선생님에게 엄마라고 부르다 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송이를 보고 교사들은 많이 불안했다. 담임선생님은 걱정이 돼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다음날 유심히 송이를 살폈다. 다음날 등교한 송이는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패치형 멀미약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봄나들이철이 되어 멀미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사람마다 약에 대한 대사능력은 달라 멀미약 사용법과 부작용을 잘 모르고 썼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차를 타고 여행하면 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차 안 정지해 있는 장면이지만 몸은 흔들린다. 이럴 때 뇌의 구토 중추가 자극되면서 멀미가 발생한다. 따라서 멀미약은 중추신경을 안정화시키는 성분들로 만든다. 멀미약은 세 가지가 있다. 스코폴라민 성분의 붙이는 패치제, 스코폴라민, 메클리진염산염, 디멘히드리네이트 성분으로 이뤄진 알약 및 마시는 약, 디멘히드리네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씹는 껌이 그것이다. 제형별로 유효 혈중 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차이가 있어 복용 시간도 다르다. 붙이는 멀미약은 최소 출발 4시간 전에 귀 뒤 털이 없는 건조한 피부의 표면에 붙여야 한다. 패치를 붙이거나 떼어낸 뒤에는 부착했던 부위와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약의 잔여물이 눈에 들어가면 동공이 확장될 수 있다. 마시는 멀미약은 최소 30분~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고, 씹는 껌은 미리 씹지 말고 불쾌감을 느끼자마자 씹고 10~15분가량 씹다가 일반 껌처럼 버리면 된다.

멀미약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들도 많으니 약사와 충분히 상담을 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 대사 능력이 덜 발달한 3살 이하 영유아나 임신부, 수유부는 멀미약을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4~7살 어린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꼭 써야 된다면 마시는 어린이용 멀미약을 사용하도록 한다. 8~12살 어린이는 붙이는 멀미약과 마시는 멀미약을 쓸 수 있으나, 반드시 어린이용을 사용해야 한다. 최혁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홍보이사는 “어린이용 멀미약이 없으면 보통 어른용 멀미약을 반 잘라서 붙이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멀미약,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정제, 진해거담제 등과 중복 복용하거나 사용해서도 안 된다. 이 외에도 녹내장, 배뇨장애, 전립샘비대증이 있는 사람은 멀미약을 사용하면 안압이 높아지거나 배뇨장애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평소 기억장애를 호소하는 노인, 경도인지장애나 초기치매로 진단받은 노인도 멀미약을 사용해선 안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진피 내 스코폴라민 부착포는 0.5㎎만으로도 인지장애를 보인 사례가 다수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진피 내 스코폴라민 부착포 0.75㎎은 소아용으로 분류되고, 1.5㎎이 성인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약물 대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은 소아용이나 저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최혁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홍보이사,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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