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행장·‘소박한 자유인’ 대표 지난 4년 동안 어쭙잖게 장발장은행장 노릇을 하며 동시대 장발장들의 다양한 사연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발 장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산 크기에 위화감을 더욱 느끼게 된 것은. “상부구조만 바뀔 뿐 하부구조는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를 비스름하게 증명하듯이, 이 점에 한해서는 문재인 정권과 ‘이명박근혜’ 정권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 물론 국가를 사유화하고 각종 농단을 일삼았던 사람들의 세상에서 민주화와 성장의 두 열매를 황금분할로 획득한 능력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바뀐 만큼, 세상이 나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이 존재를 벗어난 의식이나 존재를 배반한 의식을 가진 서민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는 정치의 주체는커녕 대상이 되기 위해서도 ‘나중’을 끝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은 6647명(지난 2월말까지)의 개인, 단체, 교회에서 보내준 성금 9억4천여만원과 상환액 2억9천여만원을 합친 12억여원으로 총 664명에게 벌금액을 대출해줄 수 있었다. 한명당 평균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을 대출한 셈인데, 그만한 돈이 없어서 교도소에 갇히는 동시대인이 최근까지 매년 4만명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이런 수치는 언론에 잘 소개되지 않는다. 장발장은행은 아주 미미한 기여를 하고 있을 뿐인데, 하나의 사회상으로, 돈 없는 죄인이 재판관의 시선이 두려워 땅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능력 있는 재판관이 죄인을 향해 그가 치러야 할 형벌의 무게를 가늠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겠다.
칼럼 |
[홍세화 칼럼] 아이 낳으라고 하지 말라 |
장발장은행장·‘소박한 자유인’ 대표 지난 4년 동안 어쭙잖게 장발장은행장 노릇을 하며 동시대 장발장들의 다양한 사연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발 장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산 크기에 위화감을 더욱 느끼게 된 것은. “상부구조만 바뀔 뿐 하부구조는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를 비스름하게 증명하듯이, 이 점에 한해서는 문재인 정권과 ‘이명박근혜’ 정권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 물론 국가를 사유화하고 각종 농단을 일삼았던 사람들의 세상에서 민주화와 성장의 두 열매를 황금분할로 획득한 능력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바뀐 만큼, 세상이 나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이 존재를 벗어난 의식이나 존재를 배반한 의식을 가진 서민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는 정치의 주체는커녕 대상이 되기 위해서도 ‘나중’을 끝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은 6647명(지난 2월말까지)의 개인, 단체, 교회에서 보내준 성금 9억4천여만원과 상환액 2억9천여만원을 합친 12억여원으로 총 664명에게 벌금액을 대출해줄 수 있었다. 한명당 평균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을 대출한 셈인데, 그만한 돈이 없어서 교도소에 갇히는 동시대인이 최근까지 매년 4만명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이런 수치는 언론에 잘 소개되지 않는다. 장발장은행은 아주 미미한 기여를 하고 있을 뿐인데, 하나의 사회상으로, 돈 없는 죄인이 재판관의 시선이 두려워 땅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능력 있는 재판관이 죄인을 향해 그가 치러야 할 형벌의 무게를 가늠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