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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9 19:17 수정 : 2018.06.18 15:52

티브이에 나오는 매일 브런치를 먹고, 와인 파티를 하고, 툭하면 여행 가는 완벽한 싱글의 삶이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벌어지는 좌중우돌 싱글기를 소소하게 전하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①’시한부 싱글기’를 시작하며

티브이에 나오는 매일 브런치를 먹고, 와인 파티를 하고, 툭하면 여행 가는 완벽한 싱글의 삶이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벌어지는 좌중우돌 싱글기를 소소하게 전하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때가 되면 생긴다고 했다.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친구도. 유희열만 팩트를 말해줬다. “생길 거 같죠? 안 생겨요.” 그래 안 생기더라. 유희열이 2008년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이성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라는 청취자한테 들려줘 유행어가 된 당시 조언이 나한테 한 얘기일 줄이야. 처음에는 설마설마했다. 좀 지나고 나서는 슬슬 불안해졌다. 외롭다가 안 외롭다가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꿋꿋해졌다.

독신주의는 아니었다. 적당한 때가 되면 결혼해야지 생각했다. 슬슬 해볼까 싶어지니 남자가 없더라. 비슷한 처지의 싱글들은 말한다. “남은 남자는 다 연하거나 유부남이더라.” 남들 채갈 때 뭐 하고 있었나 후회해봐도 소용없다. 싱글이라고 하면 눈이 높은 거 아니냐고들 말한다. 아니다. 차라리 눈이라도 높으면 억울하지는 않겠다. 얼굴 따지면 잘생긴 사람을 찾으면 되고, 재력 따지면 돈 많은 남자를 찾으면 된다. 뭐 쉽지 않겠지만, 목표가 정확하니 열심히 쫓을 수라도 있지 않나.

그런데 가장 까다롭다는 ‘느낌’ 찾는 여자가 하필 나다. 딱 만났을 때 느낌 오는 남자가 있다. 키도 얼굴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느낌 좋은 남자가 있다. 첫눈에 꽂혀버리면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직업? 좋은 집? 둘만 좋으면 됐지, 그게 뭐가 중요할까.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라면 내가 그 집을 일으키는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 되면 되지 않나. 그래서 엄마는 늘 한숨 쉬면서 내뱉는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나으려나.” 그렇다고 느낌 찾아 삼만리도 하지 않는다. 조건부터 맞춘 뒤 마음을 줘야 하는 선은 질색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모름지기 바람 불듯 자연스럽게 날아오는 거 아니던가. “그러다 이 꼴 났지.” 언니의 악담이 들린다.

어쩌면 나는 홀로의 운명을 타고난 게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나의 홀로 인생은 시한부다. 느낌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품절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안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것도 제법 좋으니까. 그래서 2018년은 더 좋은 싱글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한다. 혼자서도 건강하게, 예쁘게, 안전하게 잘 사는 법을 터득 중이다. 집에서 혼자 뒹구는 것은 백날도 가능하지만, 두려울 때는 있다. ‘갑자기 아프면 누가 119를 불러주지?’ ‘도둑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늙어서 가족도 친구도 떠나고 정말 혼자 되면 어떡하지.’ 진정한 홀로는 스스로를 지키며 즐겨야 한다.

그 이야기를 앞으로 해볼까 한다. 티브이에 나오는 매일 브런치를 먹고, 와인 파티를 하고, 툭하면 여행 가는 완벽한 싱글의 삶이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싱글기를 소소하게 전하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혼자 살기를 결심한 사람들은 없다. 대부분 ‘어쩌다 솔로’가 됐고, 자라면서 ‘솔로로 살겠다’ 다짐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쨌든 우리 모두는 좌충우돌의 시기를 겪어야 한다. 티브이 속 저 멋진 싱글들도 분명 배꼽 잡고 웃을 초보 시절이 있었을 테니까. 어쨌든 혼자서도 자~알 살기 위한 좌충우돌 일상 팁을 기대해달라. 만국의 싱글들이여 자~알 살아보세!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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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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