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18:08
수정 : 2018.11.07 18:48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은 ‘2018 아시아미래포럼’이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열렸다. 한겨레신문이 주관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였다. 한겨레가 ‘불평등’ 문제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불평등 문제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와 국내외 전문가, 기업인, 학자,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첫날 주요 인사의 강연은 물론이고 둘째 날 각각의 세션도 자리가 가득 찼다. 몇년 전 은퇴 후 <한겨레:온> 주주통신원이 되어 2016년부터 3년 연속 참석한 나에게 이번 포럼은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었다.
대학 시절 당시 가발공장 노동자가 많이 살던 서울 뚝섬 근처에서 자취생활을 했다. 그 시대 ‘생각 있는’ 대학생들이 그러했듯 친구들과 함께 야학을 만들어 공장 일 하며 하루하루 사는 청소년들을 가르쳤다. 가난을 벗어나는 일도 차별받지 않는 것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것도 모두 ‘교육’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소신에서였다. 그러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친구들이 잡혀가 고문받고 죽는 슬픔을 겪은 뒤 유학을 떠났다. 공부를 마치고 1985년 귀국했지만 80년 광주의 흔적이 사라지기는커녕 연일 시위 집회와 최루탄 가스가 되어 학교와 거리를 덮고 있었다. <한겨레> 창간 해인 1988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심정으로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지금은 부동산 재개발로 원주민이 밀려나고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며 신흥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당시 우리 학교 주변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나의 수업 방식도 어떻게 하면 그런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자각할 수 있겠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도 그때는 어렵게 살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정말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피케티 교수와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자산·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교사 재직 시절 학생들과의 많은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가난과 차별은 물론 부익부 빈익빈,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사회 현상에 상처받고 좌절한 예를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불평등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관계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강연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별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등불이자 희망으로 30년을 뛰어온 ‘한겨레’가 이번에 준비한 포럼은 그래서 더 반갑고 주주로서 자랑스럽다. 탐욕의 권력을 몰아낸 촛불 시민들의 소망을 담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정책목표를 실행해가는 시점에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불평등’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한겨레>는 신문이 직면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30년간 인간과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의지를 세워왔다. 그런 연장선에서 삶의 기본 조건으로서의 ‘불평등’을 주제로 세계적인 포럼을 열고 성황리에 마친 것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하는 마음이다.
김종선 전 마포고등학교 교사
haohu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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