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5 17:48
수정 : 2018.08.15 20:37
폭염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열대야’도 3주가 넘었다. 온열질환자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십여 년째 다루고 있는 내게 요즘 많은 지인들은 묻는다.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느냐고.
잘 알다시피 화석연료 사용과 무분별하게 배출된 탄소 등 산업화의 배설물들이 수백 년 쌓이면서 지구의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폭염은 더 심해지고 그로 인한 피해도 더욱 커질 거란 데 있다. 솔직히 전망은 어둡고 해결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원론적인 답이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문제이니 사람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한 개인의 노력이나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인류 공동의 과제가 되었고 인류 공동의 ‘기후행동’이 절실하다.
무더위 속에 최근 한겨레신문 주주가 되었다. 대학 때부터 열혈독자지만 주주가 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지난달 고교 동창생들과 지금은 작고하신 김상복 담임 선생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은 유독 신문 사설 정리를 강조하셨다. 그래서 등교하면 제일 먼저 한 일이 신문 사설 스크랩이었다. 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들을 보며 요약, 정리를 하곤 하였다. 당시 우리 지역에는 <한겨레>가 배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겨레>를 굳이 구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오늘처럼 푹푹 찌던 여름날, 선생님과 정리한 사설의 내용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높은 월급을 받으면서 파업을 일삼으면 국가경제가 망가지게 된다”라거나 “재벌2세 경영에 지나치게 국가가 간섭하면 경제가 침체된다”는 등 지금 생각하면 낯 뜨거운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소위 ‘조중동’의 주장이 곧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양한 사례와 관점을 보여주시면서 결국 내 생각이 한쪽에 기운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당시 선생님은 남들과 다른 언론관도 갖고 계셨다. “시민이 참여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언론이 바로 시민언론”이라고 하신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 선생님은 “내가 한겨레신문의 창간주주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내가 <한겨레> 독자가 된 것도 선생님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은 전교조 활동과 민주노동당 충남 홍성지부 설립을 위해 노력하셨다. 학교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주주가 되고 보니 ‘기후변화’ 못지않게 <한겨레>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한겨레>가 처한 미디어 환경이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가짜뉴스로 시민을 속이고 권력과 자본에 결탁해서 나팔수로 전락해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시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물론 지구적 인류의 문제와 언론환경을 같은 비교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올바른 민주주의 환경을 위해서도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주체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행동이 필요한 때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겨레 주주가 된 것은 내방식의 ‘언론 행동’이다.
송재령 녹색기술센터 연구원
makingbetterworld@gtck.re.kr
※ 세계 유일의 국민주 언론 <한겨레>에는 7만명의 주주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겨레 주주가 될 수 있고, 주주로서 <한겨레:온>(www.hanion.co.kr)에 가입하시면 주주통신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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