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8 18:18
수정 : 2018.07.18 19:50
나는 소도시 경주에 산다. 지금은 시내에 살아 신문을 배달받아 읽는다. 소도시에선 자동차로 사방 10분 거리를 벗어나면 교외에 속한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ㄷ일보 지국에서 보내는 우편으로 <한겨레>를 받아보았다. 매달 신문대금은 2만1천원이고, 오후 3시께 도착했다. 밭에서 갓 딴 채소처럼 싱그러운 조간신문이 아니라 이미 티브이를 통해 대충 아는 맛의 시든 석간이었다. 월 신문구독료 1만8천원은 대도시나 도심 한가운데 살아야만 적용받는 금액이다. 월 3천원이 적을 수도 있지만 창간 때부터 최근까지라면 큰돈이다.
원래 도심의 번잡함이 싫은 소시민이라 주로 도시 외곽에서 살았다. 창간주주인 내가 한때는 우편구독마저 못 한 시절도 있었다. 울산과 부산의 경계에 사는 동안 마땅히 우편으로 보내줄 다른 신문사 지국조차 없었던 탓이다. 그래도 다른 신문을 읽을 생각은 1도 없었다. 왜냐면 정론 <한겨레>의 직필을 믿으니까, 또 내가 주주이므로. 당시 <한겨레21>을 우편으로 받아보면서 그나마 세상읽기를 대신했다. 이건 마치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처럼 오로지 <한겨레>만 바라보고 믿어왔다. 지금 내 주변에도 포항 인근에서 ‘석간신문’ <한겨레> 대신 <한겨레21>로 대체하는 이가 있다.
경북 의성의 산골마을에 마늘농사를 지으며 사는 해직교사 한 분을 몇 년 전 만난 적 있다. 이분은 일주일에 두세 번 집배원이 모아서 가져다주는 <한겨레>를 읽는다고 했다. 참 장한 <한겨레> 사랑이다. 남들보다 비싼 신문에다 이미 시의성이 다 지난 폐지 수준임에도 <한겨레>를 고집하는 건 <한겨레>에 대한 참다운 기대와 무한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와 주주는 이렇듯 특별한 관계불변의 숙명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르렀다. 부모와 자식처럼 재구성되지 않을 관계는 영구하기에 서로 조심스러운 진정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신문을 보지 않는 나는 지역소식의 지면을 늘였으면 희망한다. 매주 하루쯤은 전면 양쪽에 번갈아 특정지역의 소식을 심층적으로 다룬다면 구독자 증가는 훨씬 더 확장성을 가지리라 본다. 특히 지역의 요소마다 중요한 인물들 인터뷰 기사 등은 구독자 배가운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이 달려져서 <한겨레>가 주요언론임을 누구나 안다. 인터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역을 다루는 일은 애향심과 관련된 일로 경쟁성을 띄며 열정적 취재가 될 것이다. 기자를 배치할 여력이 안 되는 지역에는 <한겨레:온> 주주통신원을 대신할 수도 있다. 몇 년 전 내가 주주총회에서도 견해를 냈듯이 숨은 주주를 발굴하는 재조명도 함께 이뤄지면 더욱 사랑받는 <한겨레>가 될 것이다.
강을 다스리기 전에 지류를 다스리듯, 중앙지의 역할에서도 지역소식 배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면이 부족하다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다. 하루치의 양식인 신문이 지나치게 무거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엄숙주의 때문에 <한겨레>가 재미없다는 평이 있으며 전업주부들로부터도 외면당해왔다.
세상은 날로 변하고 무겁고 칙칙한 것보다 명랑하고 발랄한 그 무엇을 원한다. 좋아야 다시 보게 되고, 자꾸 보고 싶어진다. 정치, 노동, 인권 등 진중하고 우울한 기사들 사이에 쾌활한 삶의 재미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남들보다 비싼 신문을 오래 읽은 이의 바람이다.
이화리 경주문인협회 부회장·소설가
※ 세계 유일의 국민주 언론 <한겨레>에는 7만명의 주주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겨레 주주가 될 수 있고, 주주로서 <한겨레:온>(www.hanion.co.kr)에 가입하시면 주주통신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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