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3 18:21
수정 : 2018.05.24 11:12
초등학생 때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했던 그날은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뭔지 모를 긴장감 속에 각자의 위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날 난 신문이 결코 단순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깨달았다.
한창 대학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창간 주주이신 어머니는 손수 <한겨레> 뉴스·칼럼·사설을 오려 주셨다. 자기 전에 읽고 기사에 관해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책상 위에는 당시의 형광펜으로 꼼꼼히 표시해 놓은 오려둔 <한겨레> 사설이 놓여 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한겨레>를 읽었다는 증거다.
“전공교재는 안보더라도 대학생으로서 신문을 꼭 읽어야합니다.” 교수님 말씀이다. 신문을 읽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뒤 언론정보학과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겨레> 기사, 사설과 칼럼을 항상 쉽게 보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저장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 번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하루에 한 편의 사설이라도 꼭 읽는다.’ 대학교 3학년부터 매일 지키려고 노력해온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주제의 <한겨레> 칼럼을 찾아보면서 한층 더 논리적인 시선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답답한 마음을 위로받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게 <한겨레>는 미처 잘 이해하지 못했던 사건이나 진실을 찾게 하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다.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허탈과 좌절을 떨쳐버리고 <한겨레신문> 창간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1988년 5월15일, <한겨레신문> 창간호 지면 1면에 실린 광고문구다. 30년이 지난 2018년 5월15일, 한겨레주주통신원이 되어 <한겨레신문> 창간 30돌 행사에 초청받았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신문을 만들어보자는 운동은 낙담과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반가운 희망이 되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국민 모금으로 창간한 신문 <한겨레>는 그렇게 모두의 꿈이 모여 탄생했다.” 창간주주이자 부산지사장을 지내면서 <한겨레> 보급에 앞장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영상 편지를 보며 <한겨레>가 ‘국민이 만든 국민의 신문’이라는 점을 다시 되새김했다.
어렸을 때 거실 책장에 꽂힌 위인전 전집을 열심히 읽었다. 특히 근현대사 위인전은 읽고 또 읽었다. 위인전 속 인물들은 모두 바르고 모범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겨레>를 보기 시작한 후 위인전에 나오는 많은 어른들은 더 이상 나의 비전이나 꿈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욕심과 속임수, 돈과 권력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막음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이었다. 윤리, 도덕시간에 배운 행동과 반대되는 인생을 산 사람들이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나 <1987>을 보고 난 후에는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는 진실 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참하게 느꼈다. 30년 전 <한겨레> 창간을 지켜본 국민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온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한겨레>는 30년 전 민주주의를 갈망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겨레>가 정론직필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발행하는 신문임을 알 수 있다. <한겨레>는 촛불로 희망으로 힘차게 국민을 이끌어갈 것이고 나도 <한겨레>와 함께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
김소연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althsy09@daum.net
※ 세계 유일의 국민주 언론 <한겨레>에는 7만명의 주주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겨레 주주가 될 수 있고, 주주로서 <한겨레:온>(www.hanion.co.kr)에 가입하시면 주주통신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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