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3 18:07
수정 : 2018.05.16 10:37
심창식
올해로 <한겨레>가 창간한 지 30년이 된다. <한겨레>는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 속에 출범했다. 촛불시민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세상에 드러낸 <한겨레>가 핵심 촉매제였음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시민사회의 무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광장에서 술자리에서 만나는 이들은 “창간정신이 실종되었다”며 성토와 염려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와중에 2015년 1월 주주 전용 매체 <한겨레:온>이 창간했다. 한겨레가 주주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만든 참여형 인터넷 뉴스 커뮤니티다. <한겨레:온>은 주주들의 열정과 <한겨레>에 대한 사랑, 자발적인 참여로 성장했다. 창간 3년 만에 5300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주주통신원들이 7만여 주주와 <한겨레> 사이에서 메신저 구실을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30년 전 <한겨레> 창간에 동참한 이들이 주도해 2016년 5월 주주독자와 시민 어울림 마당인 ‘문화공간 온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문화공간 온’은 서울의 중심 종로에서 주주들과 시민들이 역사와 사회의 주체로서 연대하며, 시민사회의 소통과 문화 어울림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를 ‘시대정신’이라 한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한겨레>가 가장 비중을 둬야 할 곳은 시민과 주주독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새해부터 주주독자들의 칼럼을 싣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사실 <한겨레>는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민족정론지를 표방하여 왔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창간 이후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자본주의화가 진행되었고, 국민 또한 물질주의 사고에 익숙해졌다. 자본주의와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겨레>가 독야청청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한겨레>의 창간정신이며 국민의 염원이기도 하다. 이는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한겨레>만의 가치다.
생존과 창간정신 준수는 동전의 양면이다. 생존하지 못한다면 창간정신은 아무 소용이 없고, 창간정신을 지키지 못하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창간정신과 생존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점은 어디인가? 오래된 질문이고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둘 중 어느 것도 해치지 않는 접점을 잘 찾아야 한다. 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한겨레>의 가치를 극대화하면 된다. <한겨레>의 가치는 질 높은 콘텐츠 생산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주주독자들과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시대와 사회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서른살 <한겨레>가 주주독자들과 함께 평화통일 시대를 여는 민족정론지로 다시 한번 우뚝 서기를 바란다.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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