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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6 10:24 수정 : 2007.06.16 20:10

김호기 연세대 교수. 강창광 기자

김호기 교수의 최장집 비판

언젠가 나는 최장집 교수를 한국의 (브라질의 대통령이 아니라 비판 사회과학자로서의) 카르도소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사회과학자로서의 카르도소는 라틴 아메리카 지식인의 실존적 정체성과 서구적 지식인의 과학적 정체성을 조화시킨 인물이다. 서구의 눈을 빌려오되, 한국의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흐름을 꿰뚫어 보고 현실가능한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최교수 민주화론의 핵심이다.

우리 민주화에 대한 최교수 이론이 갖는 큰 매력과 미덕은 한국 민주화 과정을 지난 60여년간 분단국가의 형성과 자본주의 산업화 속에 위치시켜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최교수는 민주주의의 이행과 공고화, 절차적 민주화와 실질적 민주화 등의 문제틀에 기반해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과정을 심도 깊게 분석하여 정당정치의 미성숙,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지체 등을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로 진단한다.

정치사회 내에서의 정당정치의 정상화, 전사회 내에서의 민주적 시장경제의 구축이 최교수가 제시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갈 길이다. 정치의 독자성을 고려할 때, 한국 자본주의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대안들은 대단히 적절하며 설득력이 높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과학 담론을 돌아볼 때 최교수의 민주화론은 진보개혁 지식사회는 물론 진보개혁 정치세력과 사회운동의 가장 유효한 정치적 기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최교수의 대안이 세계화의 충격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그 영향력을 더해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거역하기 결코 쉽지 않은 구조적 강제로서 우리 삶과 사회를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자본의 탈국가화, 고용 없는 성장과 노동시장의 변화, 고령사회의 도래, 애국주의와 개인주의의 긴장 등은 그 분석에서 새로운 독법을 요구하며,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청한다.

이점에서 최교수의 민주화론은 현재 열리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대응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모른다. 세계화 시대에 시장의 효율성과 민주주의의 공공성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결합할 것인가에 우리 진보개혁세력의 미래가 달려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넘어서 세계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사회통합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는 최교수가 우리 후학들에게 던지는 최대의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호기(연세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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