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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8 12:31 수정 : 2018.09.30 11:36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 미소짓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대통령 부부, 27일 귀국 직후 향한 양산 사저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 미소짓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 방문까지 소화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귀국해 곧바로 양산 사저로 향했습니다. 추석 명절도 잊은 채 한미정상회담 등 일정을 준비한 문 대통령 부부에게 오늘 하루 연가는 모처럼의 휴식인 셈입니다.

3년 전인 2015년 9월 27일 해 질 무렵,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양산집 뒷산에 저수지와 편백나무숲을 끼고 있는 근사한 산책로가 있습니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데 ,

물봉선과 떨어져 깨진 홍시감과 껍질 까진 밤송이가 질펀했습니다 .

마당엔 금목서와 은목서 꽃향기 ...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는 무엇을 얻고있는 것일까요 ?"

그 무렵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일하던 때, 그도 당도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던 시기입니다. 치열한 현실 속에 한자락 위안을 주는 양산 사저와 주변의 자연이 문 대통령에게 하나의 케렌시아였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택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산책하며 가장 아끼는 복숭아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붉은 꽃을 피운 홍매화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거북이 등모양의 구갑죽을 소개하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바라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동사 ‘querer’(케레르)에서 파생된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투우에서는 소가 투우사와 싸우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안식처'를 일컫습니다. 투우사와 혈전을 벌이면서도 소는 위협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기장의 한 부분을 머릿속에 새겨둡니다. 그리고 탈진 직전의 상태에 도달하면 그곳으로 달려가 숨을 고르며 남은 에너지를 모으지요. 안식을 통해 회복과 모색을 허락받는 장소가 바로 케렌시아입니다.

‘문재인·김정숙’ 부부의 이름이 쓰인 문패는 대문을 지키다 귀퉁이가 깨진 뒤 집안에 놓여있다. 지난 2016년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물러난 뒤 양산 사저에 머무르던 문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 찍은 사진이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 벽에 걸어둔 고 신영복 선생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 대통령이 위의 트윗을 올렸던 이듬해 봄, 2016년 3월에 양산 사저를 방문해 인터뷰한 일이 있습니다. 국회 출입 사진기자로 당사와 국회에서 자주 취재할 기회가 있었지만 양산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여의도에서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시 사저 앞을 흐르는 계곡물. 왼쪽 위로 ‘처마게이트’ 헤프닝의 원인이 되었던 사랑채의 지붕이 보인다. 처마 일부가 인근 하천 부지에 걸쳐 있어 등기가 불가능했고, 이로 인해 허가를 받지 못한 탓에 선관위 제출 재산신고 자료에서 제외되자 당시 새누리당 등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후 양산시의 원상복구 행정명령에 문 대통령쪽이 항소하며 재판이 이어지나 대법원에서 문 대통령쪽은 무죄를 선고받고 소송비용도 양산시에게 돌려받으며 마무리되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퇴임 뒤였던 2016년 3월 6일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치고 산책하며 사저 들머리에 늘어선 대나무들을 매만지고 있다. 양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마당 구석구석을 걸으며 배롱나무와 구갑죽, 수선화 등 다양한 식물을 찬찬히 소개하면서도 문득 꽃과 가지에 머무르던 눈길들이 그 뒤로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뒤로 모두 아시는 것처럼 조기 대선과 대통령 취임 등 한국 사회가 격변의 시간을 달리게 된 탓에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그날의 풍경 몇 자락을 함께 나눠봅니다. ‘열일’ 마친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휴식과, 우리들 마음 속 저마다의 케렌시아를 응원하는 마음은 이번 다섯 번째 신문사진편지의 추신입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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