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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30 17:32 수정 : 2007.07.30 17:32

조정래/작가·동국대 석좌교수

조정래칼럼

탈레반, 그 뜻이 ‘이슬람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합니다. 그 뜻을 알고 보니 그 명칭에서 경건함과 순수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혜와 이성도 느낍니다. 이번에 발생한 사태로 뒤늦게 갖추게 된 인식입니다. 그 전에 당신들에 대한 이해가 넓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슬람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 여러분! 종교란 무엇입니까?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선각자들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이룩해 놓은 인간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경전으로 엮어져 있는 그 길은 슬기로운 지혜와 현명한 이성의 산맥입니다.

이 세상에 민족의 종류가 수없이 많듯이 종교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 세계 3대 종교가 이슬람교·불교·기독교입니다. 이 세 종교가 세계 3대 종교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신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교리가 뛰어나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교리를 따르고 받들게 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세 종교의 핵심적 교리는 절묘하게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베풀고 베풀고 또 베풀라며 자비를 가르치고 있고, 예수는 네 이웃을 사랑하되 원수마저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박애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럼 이슬람교는 어떻습니까. 마호메트는 약하고 불쌍한 자들을 괴롭히거나 업신여기지 말고 끝없이 도우라는 무한사랑을 가르치는 동시에 엄한 율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슬람, 당신들의 순결한 실행 라마단이 그것입니다. 이 세상의 13억 무슬림들은 그 단식기간을 통해 나보다 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괴로움과 고달픔을 생각하며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마음에 아로새기고, 금식한 만큼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결한 인간다움입니까.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나 날마다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열정과 동시에 라마단을 단 한 번도 어김없이 지켜 나가는 엄격함이야말로 당신네 무슬림들이 얼마나 철저하며 순수한 종교인들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슬람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손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 22명이 붙잡혀 있습니다. 그들은 약하고 불쌍한 자들입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무장을 하고 있고, 그들은 무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그들에게 마호메트의 무한사랑을 베풀어주시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행여라도 당신들에게 붙잡혀 있는 그들이 ‘이교도’라고 좁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우리의 민족 성원이고, 우리의 국민이고, 우리의 형제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 5천만은 그들이 무사하게 귀국할 수 있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덧 피 마르는 11일이 지났습니다. 더 길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흔쾌하게 어서 마음을 여는 것이 알라 신의 길이고 마호메트의 가르침일 것입니다.

지금 세계가 당신들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자비롭게 처리함으로써 당신들은 이슬람의 고결함을 세계인에게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이슬람 사원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하여 이 땅에서 이슬람이 더 번창하고, 당신들의 조국 아프가니스탄과 대한민국이 더욱 친밀한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탈레반, 당신들의 지혜와 이성을 믿으며 성스러운 작별인사를 보냅니다.


“샬람 알라이쿰!”

조정래/작가·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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