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11 17:59 수정 : 2007.06.11 17:59

조정래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조정래칼럼

‘논 아흔아홉 마지기 가진 놈이 한 마지기 가진 놈 보고 팔라고 한다.’ 무한정한 사람의 욕심을 빗댄 우리 속담이다. 곱씹을수록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를 갈파한 선조들의 투시력과 지혜로움에 거듭거듭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왕 속담 얘기가 나온 김에 이런 것은 또 어떤가. ‘돈은 귀신도 부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고, 친구가 땅을 사면 가슴에서 불 난다.’ 이건 고도의 심리학이며 철학의 응축 아닌가. 세상을 살아갈수록 잘 엮어진 우리의 속담 백 가지만 제대로 소화하면 철학책 심리학책 따로 읽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30년 넘게 산 어떤 외국인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는 속담이 얼마나 기막히냐고 감탄해 마지않는 글을 쓴 일이 있었다.

최근에 격렬한 반대시위 속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지구 온난화 방지 문제였다. 그러나 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협의는 명확한 결정 없이 어물어물 끝나고 말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전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중국이 같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1등이고, 13억 인구를 자랑하며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을 얻고 있는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등이다.

오존층 파괴로부터 시작된 지구 운명의 위기에 대한 경고는 벌써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세계인들은 무감각한 채 세월을 보냈고,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만 외롭게 부르짖는 동안에 지구는 중병이 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고,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계속 녹아내리고 있는 광경이 자주 방영되고, 이런 속도로 가면 앞으로 20여년 뒤에는 해변가 저지대는 모두 물에 잠기면서 어떤 참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위기의 원인은 다름 아닌 온실가스 배출이다. 그 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지구를 위기에서 살려내는 것이란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두 나라가 그것을 줄이자는 협약에 어물어물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중국은 이제 막 살만하게 되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심사인 것이다. 그 욕심과 이기주의 앞에서 우리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로 얼마 전 파리에서 상징적인 행사를 했다. 에펠탑의 전깃불을 다 끈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룻밤의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 세계 대도시들이 가로등 말고 거대한 건물들에 왜 밤새껏 불을 켜놓는 것일까? 야경을 위해서? 자정을 넘어서 그 경치를 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도난방지를 위해서? 대개 무장경비들에다 최첨단 경비시설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가. 그럼 그저 습관적으로? 아마 그럴 것이다. 세계 모든 도시들이 그 불부터 꺼보자. 지구 온난화 방지는 금방 효과가 날 것이다. 석유는 한 방울도 안 나오는 나라 대한민국 서울의 야경은 왜 그리 휘황찬란해야 하는가. 자정을 넘겨서라도 제발 건물들의 불을 끄자. 그럼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하고, 침체된 경기회복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끝없는 무기 경쟁을 보는 것과 함께 지구 온난화 방지에 소극적인 강대국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고작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서로 사생결단 먹이다툼을 하는 쥐떼와 뭐가 다른가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조정래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