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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6 18:52 수정 : 2007.01.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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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불안’을 벗자 : 3부 노후 ③ 노후 소득보장

세계은행은 우리나라를 “공적연금 개혁에서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공존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고령화와 가장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맞고 있는 게 위기라면, 가장 짧은 기간에 다양한 노후소득 보장 제도들을 마련한 것은 기회다.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1998년 경로연금,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 2005년 퇴직연금이 잇따라 도입됐다. 세계은행이 권고한 ‘3층짜리’ 다층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갖춰진 것이다.(그림 참조)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냈듯이 노후 복지도 초단시간 안에 압축성장을 해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둘러싼 이해관계들의 논쟁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 개혁의 정치 쟁점화 진통을 겪은 나라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도 필요하다.

노후 소득보장 체계

초고속 성장의 이면=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보장 제도는 외견상 다층체계일 뿐 곳곳에서 ‘부실공사’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노인 소득원의 많은 부분이 근로소득과 사적이전(자식의 부양)으로 구성돼 있고, 그 결과 노인가구 빈곤율이 30%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2047년이면 재원이 고갈되는 것으로 추계돼 ‘땜질’에 들어갔다. 1년째를 맞은 퇴직연금은 가입대상의 3.1%만이 가입했다. 현재 1% 정도 수준인 개인연금 가입률은 2030년이 돼도 1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내부자료로도 2010년 전체 노인의 47.9%가 공적소득보장제도에서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가능하고 튼실한 사회적 노후 부양 체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불안을 없애려면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꾀하면서 한편으로는 현 노령층의 빈곤문제와 보험료를 내지 않아 생기는 국민연금 사각계층의 소득 불안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노인빈곤 문제와 사각계층 해소를 놓고 여야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이견이 맞서왔다. 또 3년이 넘는 논의 끝에 정부·여당이 마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조차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각계각층이 망라된 국무총리실 산하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가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하기로 해 기대를 모았지만, 일부 단체가 최근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개혁이라는 원칙과 취지를 훼손했다”며 탈퇴해 개점휴업 상태다.
각국의 노인가구 소득구성
2010년께 노인 절반 공적보장 배제
연금 사각계층 소득 불안정 특히 커
“공공 부조 확대 논의, 합의기구 바람직”

해답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해답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노후 소득보장에서 공공부조 부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세금 등 부담 정도에 따라 세대·계층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영국·미국·스웨덴 등이 연금개혁 과정에 공통적으로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주체들 사이에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일관된 노력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웨덴은 1994년 정권이 우파에서 좌파로 바뀌었음에도 의회에 설치된 연금개혁 기획단의 구성을 바꾸지 않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합의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지만 체계와 운영방식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박 처장은 국회 안에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관련된 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해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부대 합의로 제시한 ‘연금제도개혁위원회’ 성격과 비슷하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의 고재경 보좌관은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기구로 만들되 연금개혁 등을 실질적으로 추진해나갈 집행력까지 부여한 기구를 구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홍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유럽식 사민주의나 조합주의 전통이 없는 우리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아직 덜 돼 있다”며 “의회 쪽보다는 행정부 쪽에 두는 것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손건익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정책총괄관은 “정책이란 고객 별로 손해와 이익이 엇갈리게 마련”이라며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위해 현 세대는 자신들의 부담을 당연히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후세대를 대변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 수립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의적 시각도 있다. 배준호 한신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연금개혁은 여당이 힘이 있고 야당의 협조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겨우 마련한 연금개혁안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유석현 보좌관도 “이미 연금개혁안은 정부·여당안과 한나라당안 두가지가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이것을 다시 되돌려 각계 대표들이 재논의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사회적 합의기구 신설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노인들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에서 시민단체에서 무료로 제공한 점심을 들고 있다. 노년층은 늘어나는 반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은 줄어 노령층 빈곤이 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민연금 급여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총소득·수명 등 변수 고려…수령액 자동 계산 제도

지난해 11월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발이 묶여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2월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003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 추계 결과 2047년이면 연금재정이 바닥이 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개정 법률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2008년 총선 이후에나 재논의가 가능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내년이면 1988년 국민연금 도입 20년째로, 처음으로 노령연금을 ‘자신이 부은 만큼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일단 수급자들이 발생하면 제도 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게 뻔하다. 노인들의 표 결집력이 높아지는 이른바 ‘펜션 폴리틱스’(연금 정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에 국민연금의 재정 재계산을 5년마다 하게 돼 있고, 또 함께 제도개선위원회를 가동하게 돼 있다”며 “재정 재계산을 할 때마다 제도개선을 하려 하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 ‘5년마다 계산’
정치논란 반복가능성 커
“시기 아직 이르다” 반론도

실제로 비슷한 제도를 가졌던 일본은 1994년, 2000년 잇따라 정례적인 재정 재계산 결과에 근거해 급여 수준을 하향조정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2004년 또다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개혁을 추진하자 이해집단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언론은 정부의 재정 추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100년간 고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 제도’라고 선전하면서 급여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국면을 돌파했다. 평균소득이 늘어나더라도 근로세대 인구가 줄어 총소득이 감소하거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경우 이를 변수에 넣어 급여액을 자동으로 깎는 제도다.

김수완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동조정 변수에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증가, 고령자의 근로자 활성화 등을 적용하면 급여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연금 개혁을 정치적 쟁점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동조정장치가 급여 부분만 통제할 뿐 보험료 조정을 할 수 없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특히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덧붙였다.

최원영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관은 이에 대해 “급여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제도가 성숙한 나라에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는 국민연금이 아직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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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연중기획] 2007 희망 이정표 ‘5대 불안’을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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