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1.26 15:30 수정 : 2007.01.26 15:30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 노인정에 모인 어르신들이 지난 17일 오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춤체조’로 운동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07희망 이정표 ‘5대불안’을 벗자]
노후 ②노년층 건강수명 연장

“일곱 달 만에 관절염과 근육통이 많이 좋아졌어요.”

허현묘(73·여·서울 강동구 암사동)씨는 요즘 집 근처 경로당에서 ‘춤체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곳 경로당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강동구 보건소의 자원봉사자인 ‘건강리더’들이 찾아와 스트레칭과 춤체조를 가르친다. 한 시간쯤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보건소의 노인 건강 증진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춤체조 80%이상 참여땐 혈압·혈당 호전
저소득층 위한 시설·프로그램 확충 ‘정부몫’

나이대별 건강검진 수검 현황(2005)
이전에 경로당에서 화투만 쳤지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허씨는 “처음엔 스트레칭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텝박스 운동(상자를 오르내리는 관절운동)도 곧잘 한다”며 “이전에는 병원 다니면서 관절염·신경통 약을 달고 살았는데, 이 운동 하면서 약도 다 끊었다”고 말했다.

고혈압이 있고 뇌경색까지 겪었던 박희옥(72·여·암사동)씨도 “겨울에는 길이 미끄러워 따로 운동할 수가 없는데, 춤체조는 늘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운동 덕분에 경로당 오는 재미가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춤체조를 가르치는 건강리더 김홍순(54·여·강동구 상일동)씨와 한칠미(49·여·강동구 둔촌동)씨는 자원봉사자다. 김씨는 “보건소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하기에 노인 건강 증진 운동을 배웠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너무 열심히 따라 해 즐겁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례 강동구 보건소 지역보건과장도 “지난해 서울시민 보건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노인들 가운데 운동하는 비율이 10%밖에 안 된다”며 “노인들이 많은 경로당이나 양로원에서 춤체조 등을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춤체조를 꾸준히 한 뒤 노인들의 건강 상태는 많이 개선됐다. 보건소의 2006년 건강운동 사업 결과를 보면 암사동 경로당의 경우 30명 가운데 80% 이상 운동에 참여한 17명은 운동 시작 전 체질량지수가 평균 24.8이었지만 운동 석달 뒤 21.1로 떨어졌다. 체지방률은 35.5%에서 31.1%로 감소했다. 또 혈압이나 혈당, 균형 및 운동기능 검사 등에서도 일정 정도 수치가 개선됐다. 80% 미만의 참가율을 보인 경우에도 이보다는 못하지만 개선 효과는 있었다.

성영란 보건소 지역보건 담당자는 “이런 효과는 노인들이 따라 하기에 쉽고 즐거운 프로그램이어서 가능했다”며 “춤체조 등으로 노인들이 얻는 활력 등의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을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도 있다. 성씨는 “경로당 등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노인들은 건강리더들이 직접 방문해 운동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동구의 사례는 아직까지 매우 모범적이고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한국 노인 가운데 적절한 운동과 식사 등 건강관리를 하는 경우는 절반이 안 된다. 동시에 우리나라 노인의 70% 이상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안고 산다. 절반 이상은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여긴다.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에 대한 걱정은 더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선우덕 박사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라 앞으로 노인 의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치매·뇌졸중 등으로 쓰러지기 전에 노인들이 술·담배 줄이기와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섭 을지의대 교수는 “중앙·지방 정부가 운동·영양 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저소득 노인층이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재관 노인인력개발원장은 “현재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의 활기찬 노후를 위한 운동 등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라며 “전체 노인 가운데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소수이므로, 이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61%가 “건강검진 안받았는데…”
저소득층 암 검진비 무료지원…“수검률 더 높여야”

노인들의 건강 행태

2005년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38.8%에 지나지 않는다. 30살 이하에서 78.5%가 검진을 받은 것에 비하면 많이 낮은 수준이다. 또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암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에 대한 수검률은 21.6%에 그친다. 국민 전체 수검률 23.3%보다도 낮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암을 검진받은 비율도 낮아진다. 건강보험료 최상위 등급은 27~28%의 수검률을 보이지만, 보험료 최하위 계층은 7~8% 정도다. 소득이 높은 계층이 개인적으로 종합검진을 받는 것까지 고려하면 소득 수준에 따른 암 수검률은 더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암관리팀 사무관은 “암 검진 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의 경우 △치료 비용이 걱정되거나 △검진받을 시간이 부족하거나 △검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검진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 사무관은 또 “이 때문에 정부는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에 대해 무료로 암 검진을 해 주며, 저소득층에게는 검진 비용뿐 아니라 치료비도 지원된다”고 말했다. 현재 무료 검진 대상자는 최대 3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받으며, 폐암의 경우 100만원까지 치료비 혜택을 볼 수 있다.

유원섭 을지의대 교수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건강검진을 피하다 보면 나중에 암 등 질병을 더 키워 의료비를 더 많이 쓰게 된다”며 “노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고, 건강검진을 정신건강을 포함한 전체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과 상담, 치료, 교육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건강검진 상담 전문인력 배치,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 검진을 받지 못했거나 요양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연중기획] 2007 희망 이정표 ‘5대 불안’을 벗자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