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1.05 19:36 수정 : 2007.01.23 11:43

[‘5대 불안’을 벗자] 1부 : 주거

오는 3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정영규(38·서울 성수동)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연말 집 주인한테서 전세금 3천만원을 더 내든지 아니면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모자라는 전세금을 은행에서 빌려 계약을 연장할지, 아니면 대출을 받아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지 고민 중이다.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전·월세금이 오른 지역의 경우 집 주인들이 올 봄 재계약 때 전·월세금을 올리겠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을 전세금에 전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다, 전셋집을 고정 수입이 가능한 월세로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에 의존하는 집없는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려면 선진국처럼 임대료 인상 제한, 세입자에 대한 계약 갱신 청구권 부여와 같은 제도적 보호장치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봄 이사철에 집 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입자들이 시름에 잠겼다. 5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물 현황표들이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조계 “동일 세입자에 적용땐 위헌요소 없어”
법개정뒤 유예기간 없애야 ‘미리 올리기’ 방지

“전·월세금 인상률 제한은 위헌 아니다”=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2월19일 전·월세금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세입자가 바뀌어도 이 상한선을 적용하는 ‘주택 임대차 보호법’ 개정 방안을 내놓았다. 계약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놓고 위헌 논란이 일자, 열린우리당은 대신 인상률 상한선을 권고 사항으로 하되 이를 지키는 집 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전월세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는 것은 같지만, 세입자의 계약 갱신권을 10년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이미 내놓고 있다. 이 법안은 전세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환율을 현재 14%에서 10% 이내로 낮추는 방안도 담고 있다. 법을 어기는 집 주인에게는 과태료를 물리는 조항까지 들어 있다.

전·월세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법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론이 만만찮다. 특히 법무부는 임대료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내놓았다가 철회한 방안처럼 세입자가 바뀔 때도 임대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세입자를 대상으로 인상률 상한선을 두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다. 권정순 변호사는 “10년간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전제로 동일한 세입자에 한해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02년 개정된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임차인에게 5년간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주고 이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률을 연 12%로 제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월세 임대료 소득공제 해줘야”=위헌 소지는 없다고 해도 전·월세금 인상률 상한선 설정이 현실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90년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당시 집 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1년치 전세금을 미리 대폭 올려 전세금이 폭등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집 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할 것이고, 법 시행 뒤라도 기존의 세입자와 2년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를 바꿔 임대료를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서둘러 법을 개정하고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현재 세입자들에게는 일정 기간 계약 갱신 청구권을 주는 소급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기존의 세입자들에게는 4년 정도까지 계약 갱신 청구권을 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현실에 맞춰 월세 세입자에게도 별도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준 제이엔케이컨설팅 대표는 “일정 기준을 정해 저소득층 세입자의 월세 임대료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준다면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주택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비교

외국에선 임대료 제한 어떻게?
독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의무화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핵심은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청구권을 부여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일정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가장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에선 주택 임대료 인상률을 정할 때 △지수식 차임 방식 △계단식 차임 방식 △유사 차임 방식 중 한가지를 따르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지수식 차임 방식은 임대료 인상률을 연방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 물가지수 상승률 안에서만 인정한다. 계단식 차임방식은 최초 계약을 할 때 연간 임대료 인상분을 미리 약정하는 방식이다. 유사 차임 방식은 15개월 동안 임대료가 변동되지 않은 경우 집 주인이 인근 유사 주택의 임대료 수준까지 인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3년간 인상률이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갱신 청구권도 30년 보장
영, 정부가 임대료 중재
미, 분쟁해결 센터 운영

독일은 또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30년까지 보장한다. 집 주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도 △세입자가 무단으로 제3자에게 주택을 제공한 때 △세입자가 두차례 연속해 임대료 지급을 연체한 때 △집 주인이나 그 가족이 직접 거주하려 할 때 △재건축 등 토지 이용 변경이 필요한 때 등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집값 폭등을 여러차례 겪은 영국은 1965년부터 ‘공정 임대료’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행정기관이 집주인과 세입자를 중재해 임대료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임대료 사정관이 주택의 노후도, 구조와 관리 상태, 해당 지역의 평균 임대료 등을 감안해 공정 임대료를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한다. 영국은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지만, 관례상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계약 해지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에선 주별로 계약 갱신과 임대료율 인상 등에 대한 규정이 다르다. 다만 연방정부 차원의 ‘분쟁 해결법’에 근거해 주정부나 주정부가 위탁한 민간기관에 설치된 ‘분쟁 해결 센터’에서 임대차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연중기획] 2007 희망 이정표 ‘5대 불안’을 벗자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