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불안’을 벗자] 1부 : 주거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시범사업으론 한계재테크 넘어 ‘거주수단’ 정착 발상전환 필요 이른바 ‘반값 아파트’인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이 찬반 논란 속에 올해 첫선을 보이게 된다. 정부와 여당의 결정에 따라 대한주택공사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 공공택지 일부에 ‘시범사업’ 형식으로 새 분양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은 자유로운 주택 소유권과 처분권을 전제로 했던 기존 분양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범 사업’만으로는 제도 도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소한 공공택지에서 주요한 주택 공급 방식으로 자리잡아야만 주택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환매조건부와 투지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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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실효성 논란=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이 우여곡절 끝에 정부 정책으로 채택됐지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분양 방식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은 소비자들이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을 외면할 이유들이 많은 데 반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임대아파트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땅을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은 입주자가 땅 소유권도 갖는 일반 분양 주택처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특히 건물이 노후화하면 입주자가 자기 돈을 들여 재건축을 하든가, 비싼 값에 땅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주택이 얼마나 관심을 끌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환매조건부 방식도 비슷하다. 공공기관이 조성원가 수준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입주자는 5~10년 이상 거주한 뒤 분양한 공공기관에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매 가격은 분양값에 적정 이자율(물가 상승률+금리)을 더한 값으로 정해진다. 이 방식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입주자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입주자는 손해를 보지 않고 물가상승률과 금리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집은 거주 수단’ 개념 자리잡는 계기 될 것=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 방식은 그 자체로 분양값을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아니다.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은 정확히 말해 ‘절반 분양, 절반 임대’라는 구조 때문에 분양값이 낮아지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도 공공기관이 주택을 원가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전제 때문에 분양값이 저렴해진다. 따라서 공공기관들이 토지와 건물을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가 제도 성패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을 저렴한 값에 공급하려면 공공택지 개발사업자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그동안 숨겨온 택지비와 건축비의 거품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법안대로 용적률을 높여 택지비를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이 분양값 인하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은 주택의 개념을 투자 수단에서 거주 수단으로 돌려놓는 데 큰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통상학부)는 “토지임대부 방식은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좋은 제도를 처음 도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적은 주거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면 국민들이 저축을 늘릴 수 있고, 또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는 주식 등 금융상품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집값 급변동 속에서 기회와 위험의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채 어쩔 수 없이 주택 구입을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파주 운정 지구 30평형에 적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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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지구에 적용해보니…
주변시세보다 30% 싸진다 전문가 “중대형으로 확대 필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 시범사업 장소는 어디가 될까? 부동산업계에선 대한주택공사가 시범사업의 주체이기 때문에 주공이 개발 중인 수도권 택지 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큰 파주 운정지구(498만평)를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데다 ‘첨단 새도시’라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이다. 파주 운정지구에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경우 분양값을 주변 시세보다 25~3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공이 민간업체에 택지를 매각한 운정지구 1단계 11개 블록의 땅값은 평당 평균 640만원이었다. 이런 땅값을 전제로 용적률 200%를 적용해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30평형의 분양값은 2억1600만원(평당 720만원)이 된다. 이는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인 운정지구 민간아파트 분양값(평당 1천만원 예상)에 견줘 25% 이상 낮은 수준이다. 또 운정지구 주변의 30평형 아파트 시세인 평당 1천만~1100만원보다는 30% 가량 싸다.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에는 건축비 총액인 1억2천만원이 분양값이 되며, 토지 임대료는 월 40만원에 이른다. 처음 입주할 때 주변 시세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분양값을 치르고, 9600만원 상당의 땅값에 대한 임대료를 매달 40만원씩 따로 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판교 새도시처럼 인기있는 공공택지에도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서민용 중소형 아파트뿐만 아니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판교 새도시에 2009년 공급할 예정인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민간에 맡기지 말고, 중산층을 대상으로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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