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3 10:05
수정 : 2019.08.23 10:39
|
허리케인처럼 극한기상은 공격성향의 거미 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제공
|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간헐적 허리케인에도 생물들 진화적 반응
공격성향 거미군집 생존력·번식력 강해져
“증가하는 극한기상 진화영향 연구 필요”
|
허리케인처럼 극한기상은 공격성향의 거미 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제공
|
허리케인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간헐적 극한기상이 공격성향의 거미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열대성 폭풍같은 극한기상이 거미의 개체수에 변화를 주고 특히 공격적인 거미들이 살아남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논문을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맥마스터대 심리학 및 뇌인지와 행동학과 조너선 프루이트 교수는 “전에 없던 ‘블랙스완급’ 기상현상이 진화와 자연선택에 끼치는 환경적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열대성 폭풍의 위력도 증가할 것이다. 인간 이외의 동물들한테 이들 열대성 폭풍의 생태학적, 진화적 영향이 어떨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넬로시무스 스투디오수스(Anelosimus studiosus)로 알려진 거미의 암컷군집을 조사했다. 이 거미는 5월부터 11월 사이에 대서양 분지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폭풍의 경로 위에 놓인 미국과 멕시코의 걸프만과 대서양 연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의 예상진로를 포함한 기상학적 난제를 풀어야 했을 뿐더러 물리적인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허리케인의 예상진로가 결정되면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에 표본 거미들을 옮겨놓았다가 48시간 안에 다시 원래 장소로 되돌려 놓았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해변 지역에서 240개 군집을 수집해 다른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2018년 폭풍 알베르토와 허리케인 플로렌스·마이클 등 극한기상이 거미의 어떤 특성에 영향을 주는지 관찰했다. 분석 결과 강풍에 나무 뿌리가 뽑히고 숲 지붕이 파괴돼 잔해들이 바닥에 뒹굴어 생물들 서식지가 바뀌면 생물들 스스로도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미국과 멕시코 걸프만과 대서양연안에서 거미 군집 240개를 표집해 극한기상이 거미 진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제공
|
아넬로시무스 스투디오수스 거미종은 유전적 형질에 따라 온순한 성질의 거미와 공격적인 성질의 거미로 나뉜다. 군집의 공격성은 먹이에 반응하는 공격자들의 속도와 숫자, 숫놈과 알을 잡아먹는 경향 여부, 다른 거미들의 침투에 대한 취약성 정도 등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공격성향의 군집은 자원이 부족할 때 자원을 획득하기에 효과적이지만 오랜기간 식량이 부족하거나 과열될 때 내부 싸움이 일어나기 쉽다.
프루이트는 “허리케인은 거미 먹이 숫자를 줄이고 숲 지붕을 훼손해 햇볕이 늘어나게 함으로써 거미의 스트레스 요인에 영향을 끼친다. 공격성은 이들 군집에 세대 유전이 된다. 이는 생존과 번식력의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뒤 공격성향의 거미 군집이 더 많은 알을 낳고 초겨울에 더 많은 거미새끼들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경향은 크기와 지속기간, 강도가 다른 2개의 허리케인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허리케인이 간헐적으로 불규칙하게 나타남에도 공격성향 거미로 변하는 것은 극한기상에 대한 생물의 강력한 진화론적 대응이라고 프루이트는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