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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1 10:23 수정 : 2019.08.21 13:20

미국 애니조나주 나바호석탄발전소가 올해 말 폐쇄될 전망으로, 대형 석탄발전소 퇴역 러시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대형 나바호발전소 연말 첫 폐쇄 예정
연간 자동차 330만대 분량 CO₂ 배출
켄터키·펜실베니아서도 퇴역 대기중
“기후정책보다는 경제성 때문 분석”

미국 애니조나주 나바호석탄발전소가 올해 말 폐쇄될 전망으로, 대형 석탄발전소 퇴역 러시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럽의 석탄발전이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형 석탄발전소들이 잇따라 폐쇄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 유럽 석탄화력발전 올해 상반기에만 5분의 1 줄었다)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미국 애리조나주 앤텔로프 캐니언 인근 고지대 사막에 위치한 나바호석탄발전소가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대형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기는 처음이다. 미국 환경전문지 <이엔이 뉴스>(E&E News)가 연방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나바호발전소는 2010~2017년에 이산화탄소를 1억3500만t 배출했다. 연간 평균 배출량이 330만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과 맘먹는 양이다.

대형 대기오염원들의 고철소를 향한 대행진은 나바호발전소만이 아니다. 2010~2017년 1억23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펜실베니아의 ‘브루스 맨스필드 발전소’ 역시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또 같은 기간 1억200만t을 배출한 테네시강유역개발청이 운영하는 켄터키 서부의 ‘패러다이스발전사’는 3개 발전소 가운데 2017년 2개의 가동을 멈췄으며, 내년에 나머지 1개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청정에너지 전환사업을 하는 비영리기구 ‘세레스’의 전력담당 이사인 댄 바칼은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현상이다. 5년 전 이미 노후 석탄발전의 경제성이 없어졌지만 이제는 모든 석탄발전으로 확산됐다. 석탄발전의 종식은 시간문제다”라고 말했다.

석탄발전 폐쇄는 수요 감소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재생에너지 경쟁력 상승 등의 공세에 따른 결과로 최근 10년 동안 미국 전력시장의 추세가 됐다.

하지만 이전에는 석탄발전 폐쇄가 주로 소규모의 유휴 발전소에서 일어났다. 배출가스 감축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었다는 얘기다.

미국 전력 발생원별 비중. 원자료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그림 원본은 위키미디어코머스 제공.
미국은 2015년 전체 석탄발전량의 5% 가량인 15GW(기가와트)의 석탄발전을 폐쇄했다. 지금까지 한해에 퇴역한 석탄발전량으로는 가장 많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배출량 감소가 큰 것은 아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이산화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한 <이엔이 뉴스> 분석에 따르면, 2015년에 폐쇄된 발전소는 퇴역하기 이전 6년 동안 2억61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연간 평균 43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이와 비교해 2018년에는 14GW의 석탄발전이 폐쇄됐는데, 이들이 2010~2015년 6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5억1100만t에 이른다. 연간 8300만t을 배출한 셈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올해 8GW의 석탄발전이 폐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15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퇴역하는 발전소는 2015년 발전소들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다. 2010~2015년 이들 발전소는 3억28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연간 5500만t을 배출한 셈이다.

미국 전력 발전원별 비중 추이. 원자료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그림 원본은 위키미디어코머스 제공.
다른 요소들 또한 공룡 석탄발전기업들의 퇴역에 한몫을 하고 있다. 경제컨설팅회사인 로디엄그룹의 전력부문 분석 전문가인 존 라슨은 “연방정부의 대기질 규제나 수요자의 이탈 등도 석탄발전의 폐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바호발전소가 바로 그 사례이다. 이 회사는 이미 연방정부의 스모그 규제에 따르기 위해 발전소 하나를 세울 계획이었다. 이 발전소와 연계된 두 전기회사도 발전소에서 퇴거하거나 할 예정이었다. 또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은 전력 도매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사겠다고 선언했다.

라슨은 “퇴역하는 발전소의 평균 크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규모 발전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노후하고 효율이 낮은 발전소들이 폐쇄되고 나면 다음은 더 큰 규모의 발전소들이 폐쇄될 것이 자명하고, 이는 기후변화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폐쇄가 예정된 발전소는 대체로 정지 전까지 발전량을 줄인다. 이것은 2015년에 폐쇄된 발전소들이 정지 시기 무렵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대형 석탄발전소들 대부분은 아직 폐쇄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대형 발전소들은 아직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대형 발전소들은 24시간 내내 가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라슨은 “남아 있는 석탄발전소들은 환경 규제를 수용하고 있어 추가적인 환경 규제에 따른 위험성도 없고, 가스 가격에 대한 석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의점은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전력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전력부문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력 수요 증가와 천연가스 발전의 급증에 의해 최근 몇년 사이 처음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형 석탄발전 폐쇄는 하나의 트렌드임에 틀림없다. 애리조나, 펜실베니아, 켄터키에서 잇따라 대형 발전소가 문을 닫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청정에너지 전환 활동을 하는 비영리기구 ‘에너지 이노베이션’의 마이크 오보일 전력정책 담당 이사는 “기후변화 정책 때문에 대형 발전소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석탄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발전 비용이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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