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2 14:41
수정 : 2019.08.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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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만에 위치한 하이페리온폐수재활용시설은 바닷물과 폐수를 섞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염분차 발전을 할 수 있는 연안폐수처리장의 하나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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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맹물에 소금 섞인 바닷물 혼합하면
배터리 전극서 소듐과 염소 이온화
두 용매 반대로 섞으면 전류 거꾸로
민물·해수 1㎥에서 0.65㎾h 전력 생산
폐수처리장 적용하면 에너지 자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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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만에 위치한 하이페리온폐수재활용시설은 바닷물과 폐수를 섞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염분차 발전을 할 수 있는 연안폐수처리장의 하나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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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값이 싸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물질로 민물과 바닷물을 섞어 발전하는 염분차 배터리를 만들었다. 연안폐수처리장에 적용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여분의 에너지로 주변 담수화시설 등을 가동할 수 있어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술로 기대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염분이 있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블루에너지’는 엄청난 재생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미국화학회(ACS) 학술지 <에이시에스 오메가>(ACS Omega) 최근호에 첨단 염분차 배터리 기술을 소개했다. 염분차 발전은 에머지밀도가 높아 잠재력이 큰 재생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삼투압 등 압력이나 전기로 막을 이용해 이온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돼왔다.
논문 공동저자로 스탠퍼드대 토목 및 환경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인 크리스티안 듀브로브스키는 “블루에너지는 막강한 미답의 재생에너지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배터리는 막(멤브레인)이나 복잡한 부속품,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블루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생산한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팀은 염분차 배터리 기술을 연한폐수처리장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혼합 엔트로피 배터리’(MEB)라 이름지었다.
엠이비 배터리 아이디어는 논문 공저자인 유이 쿠이 스탠퍼드대 소재과학공학과 교수와 박사후연구원인 모로 패스터가 냈다. 연안폐수처리장에 적용해보자는 건 폐수처리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크레이그 크리들 토목 및 환경공학과 교수의 제안이었다. 듀브로브스키는 에너지 효율기술 다학제 연구계의 석학인 크리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팔로알토지방수질통제소에서 나오는 폐수와 인근 해프문만에서 채취한 바닷물을 매시간 교환하면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관찰·기록했다. 180번 정도 실험을 반복할 때까지도 배터리 소재들은 염분차 에너지 발전효율을 97%까지 유지했다.
이 기술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폐수처리장은 매우 유용한 연구 장소이다. 폐수처리장은 에너지집약 산업으로 미국 전체 전력량의 3% 가량을 소비한다. 폐수처리 공정은 지역사회 보건에 중요한 과정이지만 막대한 에너지를 전력망에서 끌어다 쓰기 때문에 언제든 지역 전력망을 멈추게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폐수처리공정을 에너지 자립형으로 만들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면서 대규모 정전에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최근 대규모 산불로 정전이 일어났던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서는 매우 중대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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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정화처리한 폐수를 혼합해 발전하는 염분차 발전(혼합 엔트로피 배터리) 작동 원리. ‘미국화학회 오메가’(ACS OME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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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민물과 바닷물을 혼합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0.65㎾h로 가정에서 30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연안폐수처지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이론적으로 18GW에 이른다. 이는 한해 1700가구 이상이 충분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연구팀의 배터리가 블루에너지를 처음 생산한 것은 아니지만 압력이나 막 대신에 배터리의 전기화학 작용만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선뵈기는 처음이다. 만약 대규모 공정에서도 염분차 배터리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단순하고 비용 효율적인 기술로 꼽힐 것이다.
엠이비 발전의 첫번째 공정은 배터리 전극에서 소듐이온과 염소이온을 분리해 전해질에 용해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다른 전극으로 전류가 흐르게 한다. 이때 폐수와 바닷물을 재빨리 교환하면 전극은 소듐과 염소를 다시 결합시켜 전류가 거꾸로 흐르게 한다. 에너지는 마중물 에너지가 필요 없이, 또 충전도 필요 없이 민물과 바닷물이 교환되는 동안 발생한다. 배터리가 별도의 에너지 투입 없이도 방전과 충전을 영구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실 공정에서는 전력 효율이 아직 낮지만 배터리 규모가 커지면 단순하고 작은 공간에서 항구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막이나 충전 및 전압 제어기가 필요 없다는 점 때문에 훨씬 현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전극은 청색 안료나 약제로 널리 쓰이는 프러시안블루(감청)로 만들었다. 감청은 1㎏당 1달러가 채 안 된다. 또다른 전극에 쓰인 소재인 전기전도성 고분자막 폴리피롤(PPY) 덩어리는 1㎏당 3달러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또 전극들은 내구성이 강한 합성수지인 폴리비닐 알코올과 음이온성 계면활성제인 황화숙신산으로 표면처리가 돼 있어 부식할 염려가 없어 예비 배터리가 필요 없다. 실용급으로 장치화하면 연안폐수처리장에 공급하기에 적당한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또 남는 전력은 담수화공장 같은 주변의 산업시설에 보낼 수도 있다.
듀브로브스키는 “대규모 공정의 실용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엠이비 기술은 강과 바다가 섞이는 곳의 블루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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