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8 07:00
수정 : 2019.08.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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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196일 동안 남극대륙을 일주하고 돌아온 풍력 무인 해수면 이동체 ‘돛단드론 1020호’.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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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남빙양 세계 이산화탄소 40% 흡수 추정
기후모델은 겨울철엔 오히려 배출 예측
하지만 측정기기·자료 부족해 확인 불가
돛단드론 보내 CO₂ 직접 측정에 성공
예비분석 결과 모델 예측 ‘정답’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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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196일 동안 남극대륙을 일주하고 돌아온 풍력 무인 해수면 이동체 ‘돛단드론 1020호’.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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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바다는 해마다 발생하는 25억t의 이산화탄소 가운데 40% 가량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빙양은 가장 큰 탄소 저장소로 꼽힌다. 하지만 기후모델들은 겨울철에는 남빙양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남빙양의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직접적인 측정이 어려워 기후모델이 추정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중국 자선단체인 리카싱재단의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 ‘세일드론’은 올해 초 남빙양에 파견한 로봇 돛단배가 196일 동안의 남극대륙 일주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귀환했다고 밝혔다. ‘돛단드론 1020호’라 이름 붙여진 풍력 무인 해수면 이동체는 지난 1월19일 뉴질랜드 포인트 블러프에서 다른 돛단드론 2대와 함께 출발했다. 길이 7m에 2.4m 높이의 돛을 단 드론들은 그러나 출항하자마자 폭풍을 만났고 두대는 회항해 수리를 받아야 했다.
리처드 젠킨스 세일드론 대표는 “남빙양에서 시도했던 네 차례의 항해에서 돛단드론의 날개가 며칠 만에 부서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절대 부서지지 않는 드론을 개발했다. 모험을 건 다소 무모한 시도였지만 돛단드론은 바라는 대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1020호에는 일반적인 높고 삼각형의 돛 대신에 좀더 짧고 땅달막한 직사각형 돛을 달았다.
돛단드론 1020호는 15m의 높은 파도를 헤치고 초속 36m의 강풍에 맞서며 항해를 계속했다. 하지만 1020호도 지난 4월5일 남미대륙과 남극대륙 사이의 드레이크 해협을 지날 때 빙산과 부닥쳐 대기측정기와 카메라가 부서졌다. 영상카메라를 잃었지만 세일드론은 위치측정장비로 1020호의 항해를 추적했으며 지난 3일 뉴질랜드로 돌아온 돛단드론을 회수해 안에 담겨 있는 이산화탄소 센서 측정 자료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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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드론 1020호가 남극대륙을 196일 동안 일주한 경로.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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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기청과 다른 연구기관 과학자들은 돛단드론 1020호의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최근 무인해양기후관측기 ‘아르고 플로트’가 측정한 최신 자료는 과학자들 사이에 남빙양이 생각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지 못한다는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 특정 조건에서 남빙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는커녕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무인관측기는 해양의 산성도를 측정해 이산화탄소 양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그마저도 드문드문 배치돼 자료가 불충분하고 편차가 심한 한계가 있다. 해양대기청과 협력 연구를 하고 있는 해양학자 애드리엔 서튼은 “세일드론의 임무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측정하는 것으로 수집한 측정자료를 무인관측기 자료와 비교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1020호가 가져온 자료에 대한 예비 분석에서 해양대기청 과학자들은 남빙양이 실제로 겨울철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인관측기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이나 기후모델 예측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정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석과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튼은 “남빙양 모든 지점과 모든 시기의 다양한 차이에 대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좀더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대기청 태평양해양환경연구소 기술부문장인 크리스티안 메니그도 “우리는 아직 해양의 탄소 자연 순환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인간의 영향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충분한 정보도 없이 두 문제를 모두 풀려고 애쓰고 있는 셈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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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드론을 개발한 벤처기업 세일드론의 리처드 젠킨스 대표. 세일드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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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창립한 세인드론은 수십대의 오렌지색 돛단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천으로 된 돛 대신에 비행기 날개처럼 생긴 돛을 사용한다. 돛단드론에는 해류, 용존산소, 수온, 산성도, 염도 측정기 등 수십만달러짜리 과학장비들이 장착돼 있다. 세일드론의 목표는 1000대의 드론을 바다에 띄워 전세계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기후와 환경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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