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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5 10:55 수정 : 2019.07.25 10:59

유럽의 소빙하기 풍경을 담고 있는 네덜란드 화가 헨드리 아베르캄프의 1608년 작품. 베른대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14~19C 소빙하기·8~15C 중세온난기
전지구 동시 현상 아닌 지역 기후 변동
산업혁명 이후 온난화는 세계 동시다발
“지금처럼 온난화 속도 빠른 적 없었다”

유럽의 소빙하기 풍경을 담고 있는 네덜란드 화가 헨드리 아베르캄프의 1608년 작품. 베른대 제공
사람들은 네널란드 화가 헨드릭 아베르캄프의 그림 덕에 ‘소빙하기’(1300~1850년)에 대한 뚜렷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이 그림에는 주민들이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즐기고 고산 계곡 멀리까지 빙하들이 밀려내려와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몇 세기 동안 유럽에 유례없는 한랭기가 닥쳤다는 것은 그림뿐만 아니라 나무 나이테를 활용한 수많은 기온 복원 연구에 의해서도 증명됐다. 북미에서도 비슷한 복원이 이뤄져 소빙하기와 ‘중세 온난기’(700~1400년)는 전지구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5일(현지시각)치에 발표한 두 논문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지구 전체에 동시에 한랭기와 온난기가 닥쳤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 주저자인 라파엘 뉴컴은 “소빙하기에 전지구적으로 여느 시기보다 기온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동시에 내려간 것은 아니다. 산업화 이전의 한랭기와 온난기의 정점은 지역마다 다른 시기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가 전지구에 동시에 똑같이 나타났다는 잘못된 가설이 수용돼온 것은 유럽과 북미의 기후변화 역사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 대한 데이터 부재 때문에 이런 개념이 전지구에 확대 적용됐고 2000년 동안 상대적 한랭기와 온난기가 전지구의 동시적 현상일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두 논문에서 산업화 이전 각 지역 기후는 우선적으로 기후체계 자체의 불규칙한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규명했다. 화산 폭발이나 태양 활동 같은 외부 요인은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전세계에 걸쳐 뚜렷한 한랭기와 온난기 기온을 야기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았다.

중세온난기(왼쪽)와 소빙하기(가운데)는 전지구에 동시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지역별로 나타난 시기가 다른 데 비해 현대의 온난화(오른쪽)는 전지구에서 동시 다발로 일어나고 있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국제연구협력단인 ‘페이지스’(PAGES)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페이지스는 산업화 이전 기후를 다섯 시기로 나눠 조사해 과거 2000년의 기후 데이터에 대한 포괄적인 개요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 나이테와 더불어 빙핵(ice core), 호수 침전물과 산호 등의 데이터들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들 데이터를 6개의 다른 통계 모델을 사용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십년 또는 수백년의 극단적 한랭기와 온난기의 개연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조사 기간 전지구적으로 일관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뉴컴은 “최고 및 최저 기온은 지역별로 다 달랐다. 전지구에 걸친 극한 고온은 그동안 자주 언급돼온 유럽과 북미 지역의 ‘중세 온난기’와 같은 지역적 기온 현상에서 추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현재와는 또다른 현상이다. 두 논문에서 과거 2000년 기간의 가장 온난한 시기는 20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현상이 나타난 범위는 전지구 지표의 98%에 해당한다. 이것은 현대의 기후변화는 무작위적인 자연 변동에 의한 것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인위적인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의 배출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20세기 전지구 평균기온이 적어도 과거 2000년 가운데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온난기가 전지구적으로 동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오늘날처럼 전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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