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0 10:15
수정 : 2019.06.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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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부터 기록된 영국 옥스포드대 래드클리프천문대 지점의 기온으로 연평균 기온을 나타낸 ‘기후 띠’. 낮은 기온은 파란색, 높은 기온은 붉은 색으로 표시한 것으로, 최근으로 올수록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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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18C말 옥스포드대 천문학 교수 기상관측
1813년 11월14일부터 기온 기록 지속돼
연평균기온 띠로 나타내면 온난화 뚜렷
1850년대 9.5~10도보다 현재 1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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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부터 기록된 영국 옥스포드대 래드클리프천문대 지점의 기온으로 연평균 기온을 나타낸 ‘기후 띠’. 낮은 기온은 파란색, 높은 기온은 붉은 색으로 표시한 것으로, 최근으로 올수록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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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대는 최근 <1767년 이래 옥스포드 기상과 기후>라는 제목의 신간을 오는 7월30일 출판한다고 예고했다. 영국 레딩대 기상학부 교수인 스티번 버트와 더럼대 명예교수인 팀 버트가 함께 쓴 이 책에는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80킬로 떨어진 옥스포드대 안 래드클리프천문대 자리에서 1813년부터 기록해온 기온 등 기상 관측 역사가 실려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도 매일 아침 9시면 담당 학생들이 기온과 강수량을 직접 관측해 기록하고 있다. 한 지점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단절 없이 관측한 기록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래드클리프 기상관측의 역사는 1813년 훨씬 전, 선구자 토머스 혼스비(Thomas Hornsby) 교수에 닿아 있다. 옥스포드대 교수였던 혼스비는 1767년 래드클리프공익투자신탁에 시 북쪽의 우드스톡로드에 대형 천문대를 세워달라고 청원했다. 혼스비는 기상학자가 아닌 천문학자였다. 하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별들을 제대로 보려면 대기의 방해를 어떻게든 피해야 했고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혼스비는 이력의 황혼기에 우연한 발견으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1767년부터 기록을 남긴 월간 강우량이었다. 또한 1813년 11월14일 일요일에 시작된 기온 기록도 보존돼 있다. 2019년 6월10일 현재 7만5084일 동안의 대기록이다. 한국의 경우 조선시대 측우기 기록이 1777년부터 남아 있어 강우량 기록이 243년 동안 지속되고 있지만, 기온은 근대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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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대 래드클리프천문대 옆 잔디밭에 설치된 백엽상을 열고 한 학생이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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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세워졌던 래드클리프천문대는 1934년 문을 닫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기상 관측은 보존된 천문대 건물이 있는 지점에서 계속돼왔다. 다행스럽게도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이 이른바 래드클리프기상관측소(RMS)의 유지를 위해 애를 쓴 덕이다. 두 버트가 이 역사를 기록한 책을 쓴 것이다. 둘은 아무 인척관계도 아니다. 두 사람은 가능한 모든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유실된 관측 자료를 찾아내기도 했다. 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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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혼스비 옥스포드대 교수가 기록한 래드클리프천문대 기온. 1776년 1월30일 기온이 영하 14.4도(화씨 6도)로 기록돼 있는데, 혼스비는 와인이 얼었다고 적어 놓았다.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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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번 버트는 <비비시>(BBC)와 인터뷰에서 “래드클리프는 기록이 한 지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는 이 기록은 어느 시기에 기온과 강수, 기압과 햇볕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올바른 관측 활동으로 장기간의 신뢰성 있는 기록들을 축적해 기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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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클리프 기온 기록은 옥스포드 기온이 세계 평균의 1.6배임을 보여준다.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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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근거하면 옥스포드 지방의 1850년대 연평균 기온은 9.5~10도 정도였다. 오늘날에는 10.5~11도로 높아졌다. 이런 기온 상승은 연평균 기온을 파란색(저온)에서부터 붉은 색(고온)으로 표시한 옥스포드 ‘기후 띠’(Climate Stripe)에 잘 나타나 있다.
옥스포드 기온의 변화는 전지구 기온 변화보다 1.6배 크다. 옥스포드는 도심 환경에 의해서, 또 유럽 대륙과 인접해 있어서 기온 상승이 크기 때문이다. 설령 이런 점을 고려해 기록을 재조정하더라도 기온 상승 경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레딩대의 에드 호킨스 교수는 “전지구를 대상으로 한 ‘기후 띠’는 옥스퍼드 기록의 색깔만 옅게 한 완화 버전이다. 우리는 하나의 지구에 살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의 증거는 지역 규모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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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30일 발간될 예정인 책 ‘1767년 이래 옥스포드 기상과 기후’ 표지. 옥스포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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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시대에 누군가가 매일 아침 9시에 래드클리프의 스티븐슨 백엽상을 열고 온도계 눈금을 읽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일은 부분적으로는 전통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학칙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참여하는 학생들은 작업의 중요성과 자료의 쓰임새에서 큰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옥스포드대 박사과정 학생 엠마 하워드는 7만5078일째 기록을 위해 나선 래드클리프천문대 옆 잔디밭에서 “래드클리프 기록에 기여하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혹시 잘못될까, 멋진 일을 망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장기 기록을 한다는 사실과 ‘어느 시점 이후 사상 최고기록’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건 신나는 일이다”라고 <비비시>에 말했다.
전 래드클리프기상관측소장인 팀 버트 더럼대 명예교수는 “기록 행위는 계속돼야 한다. 기록 자료들은 기후변화 모델의 기둥이다. 컴퓨터 수치모델도 중요하지만 장기 데이터도 필요하다. 모델이 미래의 기후를 잘 예측하려면 같은 모델로 과거 환경을 시뮬레이션했을 때 과거를 재현하는지를 검증해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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