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6 19:56
수정 : 2017.08.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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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스타의 맥주.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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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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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스타의 맥주.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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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다지만 아직은 더위를 견뎌야 하는 시기다. 8월은 한참 남았다. 모두 휴가를 떠나고 한산한 사무실에서 홀로 남아 여름휴가를 즐기는 상상을 하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단 며칠이라도 혼자 있어보면 어떨까?’ 북적거리는 바닷가도 싫고, 성수기에 비싼 비행기 삯이나 숙박료도 싫었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지겨웠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홀로 지내기에 좋은 호텔이 떠올랐다. 특급 호텔은 부담스럽고, 모텔은 수상하니 ‘엣지’ 있는 부티크 호텔에 끌렸다.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가슴 설레게 하는 곳이다. 미식도 포기할 수 없다.
‘서울로7017’의 인근의 ‘호텔 마누’. 이 호텔의 1층과 2층에 위치한 ‘서울리스타’에 입장하면 ‘맥덕’(맥주덕후)이 환호성을 지를 신세계가 펼쳐진다. 벽에는 무려 30개의 탭이 붙어 있다. 한국의 크래프트맥주계를 이끄는 브루어리의 맥주들을 모조리 가져다 놓은 듯하다. 특히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경기도 ‘굿맨 브루어리’의 맥주도 맛볼 수 있다. 최근 맥덕들 사이에서 맛이 좋다는 호평을 받는 브루어리다.
서울의 대표적인 안주인 ‘을지로 골뱅이’, ‘이태원 소시지’, ‘광장시장 빈대떡’ 등을 파는 점도 이 호텔의 큰 장점이다. 서울리스타에서 맛볼 수 있는 여름 한정 맥주 ‘브리티시 서머 에일’에 광장시장 빈대떡 한 점을 곁들이면 더위가 싹 가신다. ‘서울로7017’을 느긋하게 따라 걷다 문득 중림동 ‘호수집’에서 닭도리탕과 닭꼬치에 ‘소맥’(소주+맥주) 한잔 말아 마시는, 나홀로 2차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이마저도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면 올해 2월 익선동에 문 연 부티크 호텔 ‘낙원장’으로 갈 생각이다. 익선동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요즘은 1980년대 감성을 물씬 풍기는 ‘힙스터의 성지’가 되었다. 낙원장은 1980년대 여관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몄다. 이탈리안, 프렌치 정찬 코스인 ‘낙원장 다이닝’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낙원장 방 열쇠를 가지고 인근 레스토랑 몇 곳에 가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한옥마을 속 신선놀음이다.
‘더워 죽겠어’를 입에 달고 다니던 계절은 조금 지나갔지만 정수리가 여전히 뜨거운 대낮이다. 자발적으로 외로워지고 싶은 우리의 젊은 날을 응원한다. 혼자 있을 때 더 맛있는 삶이야말로 진짜 멋있는 삶이라서.
백문영(<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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