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발생국 중국서 한달 만에 2천㎞ 확산
북한, `1건 발생’ 신고했지만, 전역 퍼졌을 수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무서운 건 ‘확산’ 탓이다. 개발된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거의 100%라 전파 자체를 막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지난해 이후 아시아 내의 확산 양상을 보면 공포스러울 정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러스 폭풍이 분다’는 말도 떠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세기 초 케냐에서 처음 발생한 뒤 인근에서만 머물다 2007년 조지아에서 발생해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으로 퍼져갔다. 아시아에선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게 최초다. 한달 사이 2000㎞나 떨어진 지역까지 퍼져가는 등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번지며(홍콩 3건 포함, 현재까지 159건 보고) 공포감을 키웠다. 중국에선 이 기간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하거나 살처분되면서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47%(지난달 기준)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부턴 중국 주변국으로 본격 확산했다. 1월 몽골(11건), 2월 베트남(6083건), 4월 캄보디아(13건), 5월 북한(1건), 6월 라오스(94건), 8월 미얀마(3건), 9월 필리핀(7건)과 한국(2건) 등으로 번졌다. 아시아에 남은 청정 지역은 일본과 대만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별로 발생 건수의 편차가 큰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보고가 권고사항에 불과하고 국제협력이나 지원을 받기 위한 초기 보고 이후로는 보고를 꺼려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확산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발생 원인, 전염 경로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에서 들여온 비가열 돼지고기 가공품이 농장 관계자들을 통해 해당 농장 돼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저항성·전파성이 매우 강한 편으로 8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지만, 냉동육에선 1000일 이상, 건조육에선 300일 이상, 부패한 혈액에서도 15주 이상 감염력이 남아 있다. 축산시설이나 차량, 도구, 사료, 돼지와 접촉한 사람 등에 묻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농장 관계자들이 직접 발생 국가를 찾지 않았더라도, 이들과 교류하는 이가 해당 국가를 다녀와 전파시켰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부터 확산돼온 과정을 보아 북한 지역이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로 뒤덮인 상태가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북한 양돈 농가에 정통한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한엔 소독약이나 생석회가 충분치 않다. 수의방역당국자들의 판정 뒤 그대로 땅에 묻어버리면 끝”이라며 “만약 이렇게 묻힌 돼지 사체를 누군가 파내 고기를 유통시키거나, 매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가 쪼아 먹고 주변으로 전파했다면 이미 북한 전역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에 ‘바이러스 폭풍’이 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우려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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